건설사 측 "미리 가입해둔 보험으로 피해 보상 예정"
'깨지고 부서지고' 아파트 건설 공사에 인접 주민 '울상'
"공사 소음과 진동에 어지러워서 살 수가 없었죠."
22일 광주 남구 주월동 한 빌라에서 30여년을 살았다는 김모(75) 씨는 지난해부터 이 집을 두고 장성한 아들과 딸의 집을 전전하고 있다.

김씨의 집 바로 옆에 최고 34층 높이의 고층 아파트 건설 공사가 진행되면서 멀쩡하던 김씨의 집 내부에 균열이 생기고 누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 김씨의 집 천장 곳곳에는 물이 샌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고, 물이 가득 찬 물받이가 여기저기에 놓여 있었다.

물이 새면서 누전이 되는지 비만 오면 전기가 끊기는 탓에 김씨는 감전 사고가 나지 않을지 불안 불안한 하루를 보내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공사 소음과 진동, 먼지 때문에 김씨는 신경외과와 이비인후과 치료를 받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아파트 공사로 피해를 본 건 김씨만이 아니었다.

같은 빌라에 사는 주민들과 인근 모텔, 상가 주인 등 20여 가구가 건물 균열 등의 피해를 봤다.

특히 모텔의 경우 건물 균열 외에도 공사 소음으로 손님이 끊기면서 말 그대로 '개점 휴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이 집에서 30년을 살았다.

아들, 딸 집이 더 쾌적하지만 내 집에 있는 게 가장 편하다"며 "그런데 요즘은 도저히 집에서 생활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직접 고쳐주든, 적절한 보상을 해주든 이 집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만 해달라"고 바랐다.

'깨지고 부서지고' 아파트 건설 공사에 인접 주민 '울상'
김씨를 포함한 주민들은 지난해 3월 건설사 측에 보상을 요구하며 남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남구는 계측기를 확인한 결과 구조물에는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봤지만 건물 균열 등에 대한 보수는 필요하다고 보고 건설사 측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건설사 측은 공사를 시작하면서 미리 가입해 둔 보험 처리를 통해 주민들의 피해를 보상해주겠다는 입장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회사가 직접 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면 보다 면밀하게 피해 조사를 했을 테지만 보험 처리가 가능한 만큼 적극적으로 피해 보상을 하려고 한다"며 "현재 주민들에게 피해 견적을 제출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보험을 통해 보상을 받더라도 이미 망가진 집을 원상 복구하는 데엔 충분하지 않아 분쟁의 불씨는 남아있는 상태다.

남구청 관계자는 "피해 보상 부분은 개인과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행정기관이 나설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만약 피해 보상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민사 소송이나 환경분쟁 조정위원회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