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진 화림 대표

'코로나 타격'에 새로운 판로 개척
신선식품 온라인몰 마켓컬리 입점
튤립 5000송이 2시간 만에 완판
꽃 피는 과정 볼 수 있어 '인기'
임동진 화림 대표(맨 왼쪽)와 협력 농장 농부들이 덜 핀 튤립을 수확한 뒤 들어 보이고 있다.  /마켓컬리 제공

임동진 화림 대표(맨 왼쪽)와 협력 농장 농부들이 덜 핀 튤립을 수확한 뒤 들어 보이고 있다. /마켓컬리 제공

“2월 들어 꽃 시장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가격이 1월 말의 30% 수준까지 떨어졌어요. 꽃 농사를 지은 지 16년 만에 이런 상황은 처음이네요.”

강원 춘천시에 있는 화훼농가 화림의 임동진 대표는 최근 시장 상황에 대해 “폭격을 맞은 것 같다”고 했다. 원래 2월은 각급 학교 졸업식 등이 있어 화훼업계 성수기다. 하지만 올해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돼 꽃 수요가 급감했다. 임 대표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꽃을 출하하지 않고 버티던 농가도 어쩔 수 없이 출하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화림은 국내에서 튤립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농가다. 이 농장의 출하 전략에 따라 시장 가격이 출렁거릴 정도다. 그런 임 대표도 코로나19의 충격은 피하기 어려웠지만 주저앉지 않고 돌파구를 찾아 나섰다.

'덜 핀' 튤립 새벽배송…강원 꽃밭에 웃음꽃 피다

“덜 핀 꽃 팝니다”…마켓컬리가 꽂혔다

임 대표는 2월 초 자체 쇼핑몰을 열었다. 하지만 판매는 지지부진했다. 그 무렵 강원 지역에서 농산물 유통사업을 하고 있는 록야의 권민수 대표가 아이디어를 냈다. 신선식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 마켓컬리를 통해 꽃을 팔아 보자는 것이었다.

임 대표는 록야와 마켓컬리의 온라인 판매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판로가 절실하던 차에 들어온 달콤한 제안이었다. 임 대표도 새로운 발상을 했다. 그는 마켓컬리와의 기획회의에서 ‘덜 핀 꽃’을 팔겠다고 했다.

“온라인으로 꽃을 사는 소비자는 어떤 사람일까 상상해 봤습니다. 누군가에게 선물하기보다는 집이나 사무실 꽃병에 꽂아놓고 즐기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판단했죠. 이들은 꽃을 오랫동안 보고 싶어 할 거라고 봤어요. 그래서 아직 활짝 피지 않은 꽃을 팔아야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마켓컬리는 ‘농부의 꽃’이라는 이름으로 상품을 기획했다. 덜 핀 상태로 배송받아 개화부터 만개, 시들어가는 모습까지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임 대표는 “일반 꽃집에서 파는 꽃다발은 처음엔 예쁘지만 2~3일 만에 시들어 버린다”며 “이 상품은 꽃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서 짧게는 1주일, 최대 보름까지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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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보다 많이 팔린 꽃

마켓컬리는 지난달 26일 임 대표의 튤립을 출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임 대표는 “첫날 준비한 1000상자가 2시간 만에 다 팔렸다”고 말했다. 튤립 다섯 송이가 들어 있는 한 상자의 가격은 1만2000원대로 꽃집에서 사는 것보다 싸지는 않지만 화훼농가를 돕자는 취지와 꽃의 품질, 주문 후 다음날 새벽에 배송해주는 점이 어우러져 큰 인기를 끌었다. 권민수 대표는 “이후에도 하루 500상자꼴로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며 “매출 분석 결과 쌀보다 꽃이 더 많이 팔렸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마켓컬리에서의 ‘꽃 대박’에 힘입어 숨통이 조금 트였다”고 말했다. 도매로 출하하던 물량의 20~25%를 온라인에서 소화하고 있다는 것이 임 대표의 설명이다.

백합 신품종 개발한 17년차 꽃농부

임 대표는 2004년 화훼농사를 시작한 17년차 꽃 농부다. 강원대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오이와 토마토 등 시설 채소에 도전했지만 이익이 나지 않아 포기했다. 비닐하우스 짓는 일을 하다가 찾은 세 번째 아이템이 꽃이었다.

같은 강원대 원예학과 출신으로 화훼를 전공한 부인도 임 대표의 생각에 힘을 실어줬다. 임 대표가 선택한 첫 번째 꽃은 백합이었다. 새로운 품종 개발에도 나섰다. 9년간의 선별 끝에 백합이 일자로 뻗은 형태로 피는 서현과 루시퍼 품종이 탄생했다. 임 대표는 “꽃꽂이 교실 등에서 곧게 뻗은 꽃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고 곧게 자라는 꽃을 선별하는 방식으로 품종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2013년 겨울 작목으로 튤립을 도입했다. 매년 새로운 품종에 도전해 33종을 키우고 있다. 지금은 4.6㏊(4만6000㎡) 규모의 꽃 농사를 짓는다. 겨울엔 튤립을, 봄 이후엔 백합과 프리지어 등을 키운다. 2017~2018년 겨울에는 65만 송이의 튤립을 생산해 전국 생산량의 10%를 차지했다. 임 대표는 위기 극복의 키워드로 소비자를 강조했다.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더라도 꽃 시장은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소비자를 분석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꽃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그러면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고, 시장도 성장하지 않을까요.”

FARM 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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