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금까지 흔든 코로나

생명보험사 변액보험 순자산
10일 만에 100조→89조 급감
국내외 증시 폭락에 직격탄
15년째 변액보험에 매달 50만원씩 붓고 있는 회사원 정민우 씨. 최근 투자 실적을 알려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아연실색했다. 지난달까지 플러스였던 펀드 수익률이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적립금이 1200만원 넘게 날아갔다. 정씨는 “적립금이 원금보다 적어지기 전에 해약해야 할지, 포트폴리오(투자상품 조합)를 채권형으로 돌려놓고 버티는 게 나을지 혼란스럽다”고 했다. 800만 건 가까이 팔린 변액보험 가입자 상당수가 정씨와 똑같은 고민에 빠졌다.
800만건 팔린 변액보험, 열흘 만에 11兆 증발

“내 변액보험 어쩌면 좋나” 문의 폭주

10년 이상 장기투자 목적으로 많이 드는 변액보험에도 ‘코로나 쇼크’가 밀려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주식시장이 폭락한 여파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들의 변액보험 순자산 총액은 지난 20일 89조6079억원을 기록했다. 이달 10일 100조7428억원이던 것이 열흘 만에 11조1349억원(11.0%) 쪼그라들었다. 변액보험은 소비자가 낸 보험료(적립금)를 펀드에 넣어 굴리는 실적배당형 보험상품이다. 투자 성과에 따라 돌려받는 금액이 변한다고 해서 변액보험이라고 부른다.

변액보험에 가입하면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 주식을 주로 담는 ‘주식형’과 채권 위주로 편입하는 ‘채권형’, 둘을 적절히 섞은 ‘혼합형’으로 나뉜다. 포트폴리오를 전문가가 알아서 조정해 주는 일임형 상품도 있다. 삼성·한화·교보 등 대형사 가입자는 채권, 미래에셋·메트라이프 등의 가입자는 주식 쪽을 선호하는 편이다.

주요 생보사에는 이달 들어 변액보험 펀드 변경 문의가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보험사도 뾰족한 답을 주기 어렵다는 것. A사 관계자는 “지금 주식 비중을 확 낮추면 손실이 그대로 확정될 뿐”이라며 “포트폴리오 조정은 자제하라고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 이상 붓는 노후상품인데…”

금융시장 전체가 혼란스러운 만큼 소비자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B사 관계자는 “수익률 현황을 보고 항의하는 전화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2008년 금융위기의 학습효과가 있다곤 해도 동요가 큰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C사 관계자는 “일부 가입자는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등을 저가 매수할 시점으로 판단해 보험료를 추가 납입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보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변액보험은 목돈 마련(27.1%), 노후자금 마련(25.0%), 자산 증식(9.4%), 유산 상속(5.2%) 등 장기적 관점에서 가입한 소비자가 많다. 일찍 해약하면 가입자 손해가 큰 상품이기도 하다. 변액보험은 가입 초반에 사업비(보험사가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가는 돈)를 많이 떼고 나머지를 펀드에 투자하는 구조다. 해지할 때 돌려받는 돈이 원금보다 많아지려면 보통 7~10년 걸린다. 대신 오래 가입할수록 소비자에게 유리한 면이 많다. 장기 유지 시에는 사업비 총액이 증권사 펀드 등의 수수료보다 낮고, 상품에 따라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도 있다.

변액보험은 주식시장이 잘나갈 때 잘 팔리는 특성이 있다. 생보업계 일각에서는 코로나19의 혼란이 정리되고 나면 변액보험 시장에 또 한 번 ‘큰 기회’가 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한 외국계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위기 충격이 가라앉고 증시 반등이 시작된 2010년을 즈음해 변액보험 판매가 급증한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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