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D, 中에 전세기 띄울 준비
한국 간판 기업들이 글로벌 현장에서 코로나발(發) 연쇄 충격에 휩싸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현지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가 하면 세계 각국의 협력사가 ‘셧다운(생산 일시 중단)’하면서 글로벌 조달망까지 위협받고 있다. 중국과 유럽이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빗장을 걸어잠그면서 인력·물류의 이동길도 막혔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배터리 등 한국 주력 산업의 사업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현대·기아차 해외 공장 줄줄이 셧다운
19일 현대차에 따르면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직원 1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임에 따라 18일(현지시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방역당국과 협의해 재개 시점을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생산 재개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앨라배마 공장에서 엔진을 공급받는 기아차 조지아 공장도 19일부터 가동을 멈췄다.

생산 차질에 소비심리까지 꽁꽁 얼어붙으면서 북미 사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 겸 북미권역본부장(사장)은 “코로나19로 많은 소비자가 대리점 방문을 꺼리고 있다”며 “지금 상태로 간다면 연간 판매가 10~20%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뿐만이 아니다. 현대차 체코공장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도 23일부터 2주간 문을 닫는다.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각국 정부의 방침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체코와 슬로바키아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로 체코는 국경을 폐쇄했고, 슬로바키아는 국경 출입국 관리를 강화한 상태다. 유럽 국가간 국경 폐쇄로 인해 부품조달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도 고려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현재 독일 폭스바겐과 다임러, BMW 등 유럽 자동차 업체들도 공장 가동을 2~3주간 멈추기로 했다.

유럽 전기자동차 업체를 공략하기 위해 동유럽에 배터리 생산기지를 세운 SK이노베이션(헝가리), 삼성SDI(헝가리), LG화학(폴란드)도 물류 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국경 통제가 강화되면서 독일~폴란드의 국경을 통과하려는 물류 트럭의 줄이 65㎞ 이상 이어지는 상황도 연출됐다.

◆공급 체인 붕괴 위기도
현대·기아차 美·유럽공장 '셧다운'…삼성·SK는 유럽 물류망 끊길 위기


글로벌 공급 체인도 무너질 위기다. 반도체 식각장비 세계 1위 기업인 램리서치는 지난 17일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공장을 셧다운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자택 대피 명령을 내리면서다. 이들의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장 제품을 납품받을 수 없게 됐다. 다급해진 미국 장비 회사들은 정부에 “고객사로의 납품 일정이 급한 만큼 공장 가동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세계 1등’ 전략에도 제동이 걸렸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반도체용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ASML은 네덜란드 회사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이 반도체 회로 선폭을 3~5나노미터(㎚·1㎚=10억분의 1m) 수준까지 미세화하려면 EUV 노광장비가 필수적이다.

이 장비는 설치 및 안정화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에 네덜란드 본사 직원들이 한국으로 파견을 나와야 한다. 하지만 유럽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이들 직원의 출장길이 사실상 막혔다. 카메라를 통해 화상으로 원격 조종을 하기도 하지만 역부족이다. 삼성전자는 매일 장비업체들과 대책회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삼성전자가 경기 화성사업장에 구축하고 있는 EUV 전용라인의 안정화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자가격리 피하려 전세기 운항도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각자도생’에 나섰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공장에 한국 연구원과 엔지니어 100여 명을 급파하기 위해 26일 전세기를 띄우는 방안을 중국 정부와 논의 중이다. 광저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 양산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한국에서 코로나19 음성판정서를 받은 직원은 현지에 도착해 2주의 격리 기간을 거치지 않고 바로 현업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세기를 띄우는 방안을 고안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8월로 예정됐던 광저우 OLED 공장 양산 시점을 기술적인 문제로 올해 1분기까지 미룬 상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조업에 차질을 빚으면서 양산 시점이 2분기로 또다시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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