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영업정지 이어 최근 청산 돌입…6월 말 절차 마무리
일제 때 순수 민족자본으로 설립…인쇄업 쇠락에 역사 속으로

일제강점기인 1912년 순수 민족자본을 바탕으로 창립된 인쇄업체 보진재가 경영 악화를 거듭하다 창립 108년 만인 올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진재는 최근 회사 해산을 결의했다고 지난달 26일 공시했다.

인쇄업 불황에 따른 경영 악화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부터 영업을 정지했고, 끝내 청산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진재는 지난해 9월 영업정지를 공시하면서 "계속적인 적자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인쇄업에서 철수하고 사업구조를 재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청산 재산을 보고하는 주주총회를 다음 달 24일, 청산 종결 주총을 6월19일 개최한다고 회사는 밝혔다.

6월이면 공식적인 폐업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는 것이다.

크리스마스씰 처음 인쇄했던 보진재, 108년 역사 끝내고 청산
보진재는 1912년 8월15일 순수 민족자본을 바탕으로 한 '보진재 석판인쇄소'로 설립됐다.

고(故) 김진환 창업주부터 증손인 김정선 현 대표까지 4대째 가업을 이어왔다.

보진재는 1924년 민간업체 최초로 옵셋 인쇄(간접 인쇄)기기를 도입하고, 1933년 국내 최초로 크리스마스씰을 인쇄했다.

1935년에는 최초로 원색 프로세스 인쇄술을 적용하는 등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업체로서 국내 인쇄산업을 선도해왔다.

1969년 법인으로 전환해 1996년에는 인쇄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가 2005년 상장 폐지됐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인쇄업의 맏형인 보진재의 청산은 스마트폰 등장으로 전통 종이 수요가 감소하며 쇠락하는 국내 출판·인쇄 산업의 오늘날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