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외채 비중 35%로
금융위기 때 51%보다 낮지만
美 신용리스크 커지면
외화유동성 위기 '방아쇠'로
한국 기업·은행의 외화 빚이 지난해 말 사상 최대인 약 3151억달러로 불어났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국의 비금융기업(기업)과 예금취급기관(은행)의 대외채무는 3151억1100만달러로 집계됐다. 대외채무는 관련 집계를 시작한 1994년 후 최대이며 전년 말에 비해선 6.0%(179억3160만달러) 늘었다. 기업과 은행의 외화 빚은 각각 1100억6070만달러, 2050억5030만달러로 전년 대비 3.1%, 7.7% 늘었다. 은행의 외화 빚 증가율은 2011년(13.3%) 후 최대치다. 은행이 해외 주식·채권을 사들인 투자자에 달러 대출을 실행한 데 따른 영향이다.

기업·은행이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 대외채무는 지난해 말 1116억8650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8.9% 늘었다. 단기 외채 비중은 2015년 말 30.3%에서 지난해 말 35.4%로 높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말의 51.4%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기업과 은행의 외화유동성 위기는 상당수가 단기차입금 상환 차질에서 비롯한다. 평소 단기차입금은 수시로 만기 연장(롤오버)이 가능하다. 하지만 2008년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불거지면 만기 연장에 차질을 빚고 단기적으로 자금난을 겪게 된다.

최근 코로나19로 이 같은 자금경색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3일 원·달러 스와프포인트 1개월물 가격은 -4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월 후 가장 낮았다. 스와프포인트는 은행 간 원화를 담보로 달러를 빌려주는 거래로 마이너스 폭이 확대되면 그만큼 달러 수요가 커졌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신용위험이 한국 기업·은행들의 외화유동성 위기를 부를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미국 회사채의 절반이 투자적격등급의 최하위인 ‘BBB’에 몰려 있는데 이게 투기등급(BB+) 밑으로 떨어지면 상당한 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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