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금리인하 겹악재…"경영계획 통째 틀어졌다"

순이자마진·운용 수익률 하락
금융회사 수익성 악화 불가피
“놀라서 뒤로 넘어질 뻔했다.”(A생명보험회사 사장)

금융권이 충격에 휩싸였다.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0.75%로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제로 금리’ 시대에 들어서면서 금융회사들은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 글로벌 경기 악화 기조가 장기화하면 금융권에 헐값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사상최저 금리'에 은행·보험사·저축銀 직격탄…금융사 M&A '헐값 매물' 나오나

은행·금융지주 ‘악소리’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계열 금융지주들은 금리 인하로 인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일제히 긴급 경영 점검에 들어갔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날 그룹 비상경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수익성 악화다. 금리가 떨어지면 은행 이익의 기초인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이 줄어든다. 오픈뱅킹 도입 등으로 ‘고객 잡기’가 중요한 상황에서 예·적금 금리를 먼저 낮추기도 부담스럽다.

은행의 핵심 수익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F)·라임 사태 등으로 고수익 상품을 팔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은행들이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위험·고수익 대출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의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의 우려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 4대 금융지주 주가는 일제히 1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4만원대 중·후반에서 움직이던 신한금융지주 주가는 이날 2만5200원으로 하락했다. KB금융지주도 3년 만에 3만원 선이 깨졌다. 지난해 각각 4만원과 2만원 선에 근접했던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 주가도 이날 각각 2만1200원과 7310원 수준으로 내려갔다. 한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 금리 하락 악재까지 터지면서 주가가 치명상을 입었다”며 “해외 기업설명회(IR)도 모두 중단돼 단기간에 기업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헐값 매물 쏟아질 수도”

보험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금리가 내려가면 자산 운용 수익률이 떨어진다. 과거에 판 고금리 상품에 발이 묶여 있는 보험사의 ‘역마진’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급여력(RBC) 비율 방어도 어려워진다. ‘금리위험액(금리 변동에 따른 보험사 손실 추산 금액)’이 RBC 비율을 계산할 때 포함되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1~2월 영업실적이 예상보다 좋아 올해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번 금리 인하로 경영 계획이 통째로 흐트러졌다”며 “규제가 풀리지 않아 해외 투자를 늘릴 수도 없다”고 푸념했다. 해외 투자 자산 비중을 50%로 확대하는 내용(현재 30%)의 보험업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가 무산됐다. 저축은행들도 금리 인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인수합병(M&A) 시장에 헐값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손해가 누적되면 영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에서는 금융사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제값을 받기가 쉽지 않다”며 “금융권 생태계가 당분간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소람/정지은/송영찬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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