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휴업수당 '이중잣대' 논란

개학 연기는 불가항력 요인이라며
학교 비정규직엔 "지급의무 없다"
< 텅 빈 급식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이 4월 6일까지 2주일 추가 연기된 가운데 지난 18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 텅 빈 급식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이 4월 6일까지 2주일 추가 연기된 가운데 지난 18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휴업·휴직이 급증하면서 이를 둘러싼 무급·유급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급감하거나 감염을 막기 위한 민간기업의 휴업·휴직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책임이라며 유급휴직을 권고하고 있다. 반면 개학이 늦어지면서 출근을 못하고 있는 학교 급식조리원 등에 대해서는 무급휴직을 강제하고 있다. 정부가 휴업·휴직수당에 대해 ‘이중 잣대’를 들이대면서 민간기업에는 경영 부담을 늘리고, 공공부문 취약계층 근로자들의 생계는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품업체 공급 중단도 사업주 책임?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와 관련한 노동관계법 문의가 쏟아지자 주요 사안에 대한 판단을 돕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전국 지방노동관서에 배포했다. 사업주와 근로자들의 문의가 가장 많았던 휴업·휴직과 관련해 고용부는 근로기준법(제46조) 조항을 근거로 ‘사용자의 자체적인 판단으로 휴업을 실시한 경우에는 사용자에게 귀책사유가 있으므로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휴업수당은 평균 임금의 70%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만약 평균 임금의 70%가 통상임금을 초과하면 통상임금을 휴업수당으로 지급해도 된다.

고용부는 한발 더 나아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예방 차원의 휴업이나 부품업체 휴업에 따른 부품 공급 중단, 예약 취소, 매출 감소 등으로 인한 휴업도 ‘사용자의 세력 범위 안에서 발생한 경영 장애’라고 했다. 가령 중국 공장 휴업에 따라 부품 수급을 못하는 제조업이나 예약 취소로 매출이 급감한 여행사의 경우도 사업주의 책임이므로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얘기다.

영세 사업주는 물론 경영계에서도 정부의 법 해석에 무리가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서울 양천구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한 사업주는 “다른 나라 공장이 문 닫아 부품 납품을 못 받는 제조업도 그렇겠지만 코로나19 같은 사태가 터져 예약이 전부 취소됐는데, 이게 어떻게 사업주 재량권 안에 있는 일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 모범적인 사용자 자처하면서

민간기업에 엄격한 휴업·휴직수당 기준을 적용하는 정부가 사용자 신분인 공공부문에서는 엇갈린 대응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자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잇달아 연기했다. 그러면서 9만 명 규모의 급식조리사, 환경미화원 등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해 무급휴직 방침을 통보했다. 교육부는 지난 17일 추가 개학 연기를 발표하며 대체직무를 부여해 소득 보전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개학 연기는 ‘사업주’인 정부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육부는 그 근거로 고용부의 행정해석을 들고 있다.

고용부는 개학 연기가 불가항력적인 외부 요인이라 교육부에 휴업수당 지급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행정해석을 내놨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도 지난 16일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가의 책무를 이행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으로 불가항력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사업주의 귀책사유로 볼 수 없어 휴업수당 지급 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는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 대부분은 연간 임금 총액이 근무 일수에 비례해, 개학이 늦춰지면 소득이 끊기는 취약계층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공공부문 취약근로자의 어려움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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