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은 평상시 재정건전성에 신경 쓰지 않으면 대외 경제 충격이 닥쳤을 때 나라 경제가 급격히 망가진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포르투갈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유럽 국가 중 국가채무비율이 낮은 편에 속했다. 200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 정부(중앙·지방정부+비영리공공기관) 부채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69.0%)보다 낮은 62.0%에 그쳤다. 하지만 이후 가파르게 올라 2007년엔 78.1%에 달했다. 그해 OECD 평균(73.4%)보다 5%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치다. 산업경쟁력 약화로 성장률이 둔화하는 가운데 복지 확대 등으로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한 탓이다. 2008년 GDP 대비 공공부문 보수가 유럽 최고 수준(12.9%)에 이르렀던 게 대표적인 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국제신용평가사들은 냉정하게 돌아섰다. 금융위기 전까지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포르투갈 국가신용등급은 위에서 네 번째로 우수한 ‘AA-’였다. 등급 전망은 ‘안정적’이었다. S&P는 2009년 1월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꾸는 것을 시작으로 1년에 1~3번씩 신용등급을 깎았다. 그 결과 2012년 1월 ‘BB’ 등급까지 낮아졌다. 이는 투자부적격에 속하는 등급으로, AA-보다 8단계나 낮은 것이다. 피치와 무디스 등도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뜨렸다. 신용평가사들은 “포르투갈이 경제 구조가 취약한데 재정 상황까지 나빠 위기 대응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신용등급이 크게 하락한 포르투갈은 대규모 자본 유출과 실물경제 추락을 거듭했고, 2011년 구제금융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그리스, 아이슬란드 등 정부 부채 비율이 높은 나라들은 금융위기 때 신용등급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신용등급 결정 요소엔 성장률, 경상수지, 외환보유액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등급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정부 부채 비율”이라고 분석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