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투자' 공시때 사실상 '경영참여' 의사 밝혀…한진, '허위 공시'로 금감원에 신고
반도건설은 "조회장이 만남 요구" 주장…진실게임 공방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반도건설의 권홍사 회장이 작년 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 자신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에 선임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을 놓고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반도건설이 지분 보유 목적을 허위로 공시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을 넘어 반도건설과 한진그룹이 두 사람의 만남 자체에 대해 엇갈린 주장을 내놓으며 상대방을 비난하고 나서는 등 진흙탕 싸움으로 확전되는 모양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최근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의 가처분 소송 답변서를 통해 권홍사 회장이 작년 12월 조원태 회장을 직접 만나 자신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에 선임해달라며 사실상 경영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조원태 "권홍사, 한진 명예회장 요구" vs 반도건설 "만남 왜곡"(종합2보)
답변서에 따르면 권 회장은 명예회장 선임과 함께 자신들이 요구하는 한진칼 등기임원과 공동감사 선임, 한진그룹 소유의 개발 가능한 국내외 주요 부동산의 개발 등을 조 회장에 제안했다.

반도건설이 당초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에서 '단순 투자'로 명기했다가 올해 1월10일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꿔 공시했으나 이미 그전부터 권 회장이 경영 참여를 요구해 온 만큼 이는 명백한 허위 공시라는 게 한진칼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진그룹은 이날 금융감독원에 반도건설의 허위 공시 등에 대한 조사 요청서를 제출했다.

반도건설은 작년 10월8일 계열사인 대호개발을 통해 한진칼 지분을 5% 이상 취득했다고 공시했으며 이후 수십차례의 장내 매수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매집해왔다.

현재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을 13.30%까지 끌어올렸으며, 지난주 지분을 추가로 더 매집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반도건설은 이에 앞서 이달 초 서울중앙지법에 작년 주주명부 폐쇄 전 취득한 한진칼 주식 485만2천주(8.20%)에 대한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을 신청했다.

반도건설을 포함한 '3자 연합'은 "가처분 신청은 한진칼 경영진이 주총 현장에서 기습적으로 감행할 수 있는 의결권 불인정 등 파행적 의사 진행을 예방하려는 방어적 법적 조치"라고 주장했으나 이에 한진칼은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이라고 도리어 반박했다.

조원태 "권홍사, 한진 명예회장 요구" vs 반도건설 "만남 왜곡"(종합2보)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주식 보유목적 등을 거짓으로 보고할 경우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를 초과하는 부분 중 위반 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하지 못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 공시가 허위로 결론날 경우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 의결권이 있는 반도건설의 지분 8.20% 중 3.20%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될 수 있어 3자 연합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3자 연합이 지분 공동 보유 계약을 통해 확보한 한진칼 지분은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이 유효한 지분을 기준으로 31.98%로, 허위 공시로 의결권이 제한되면 28.78%로 내려앉는다.

반면 조 회장 측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 22.45%와 그룹 '백기사' 델타항공의 지분 10.00%를 확보한 상태며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 등이 보유한 지분 3.8%와 GS칼텍스가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0.25%까지 합하면 36.50%로 격차를 벌리게 된다.

한편 허위 공시 논란이 확산되면서 권 회장과 조 회장의 만남이 주목받자 양측이 이에 대해 서로 엇갈린 입장을 내놓으며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반도건설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권 회장은 지난해 고(故)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 이후 조원태 회장이 도움을 요청하는 만남을 요구해 몇차례 만난 바 있다"며 "당시 만남은 시름에 빠져 있는 조 회장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조원태 "권홍사, 한진 명예회장 요구" vs 반도건설 "만남 왜곡"(종합2보)
그러면서 "조 회장이 그 자리에서 여러 제안을 먼저 했는데 이에 대한 권 회장의 대답을 몰래 녹취하고 악의적으로 편집해 악용하면서 전체적인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며 "한진칼 투자는 반도건설 등 계열사가 단순투자 목적으로 진행한 것이며 조원태 회장을 만난 시기의 지분율은 2∼3%에 불과해 명예회장 요청 등 경영 참여 요구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곧바로 입장 자료를 내고 "권 회장의 요청으로 작년 12월 10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임패리얼팰리스 호텔에서 만남의 자리를 갖게 됐다"며 "(조 회장이) 도와달라고 만남을 요청했다는 주장 자체가 거짓이며 명예회장직을 비롯한 명백한 경영 참여 요구였다"고 반박에 나섰다.

한진그룹은 이어 "작년 12월 6일 기준 반도건설의 지분은 6.28%인데 지분율이 2∼3%에 불과했다고 거짓을 얘기하고 있다"며 "상당한 양의 지분을 보유한 권 회장의 제안은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제안이 아닌 협박에 가까웠다"고 주장했다.

또 "한진그룹의 성장과 발전에 전혀 일조한 바도 없으며, 오히려 불법적으로 '보유목적 허위 공시'를 한 당사자가 한진그룹 명예회장을 운운한 것 자체가 비상식적인 행위"라며 "반도건설의 허위 공시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