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 위축 장기화…V자 경제 회복? 밑바닥이 아주 긴 U자형 반등할 것"
통상 전문가들은 “코로나19발(發) 글로벌 교역 위축의 끝과 바닥을 알 수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감염 확산이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는 데다 확산세가 잡혀도 한 번 위축된 소비심리가 회복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지난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가치사슬(value chain)이 붕괴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각국의 소비심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얼어붙고 있다”며 “사람들의 심리는 한 번 위축되면 회복되는 게 더디기 때문에 수개월간 악영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해도 곧바로 글로벌 교역이 회복되는 ‘V자형’ 반등은 어렵다”며 “밑바닥이 아주 긴 ‘U자형’으로 서서히 수요가 회복되고 교역 침체도 풀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40%가량을 수출이 담당할 정도로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다”며 “굉장한 타격을 당분간 떨쳐내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상반기 내내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건 기정사실”이라며 “이제는 3분기 안에 종식되느냐 하는 게 화두”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의 무서운 점은 감염력이 센 바이러스 특성상 ‘이제 바닥을 쳤나 보다’ 하는 순간 또 다른 지하실이 드러난다는 것”이라며 “중국과 한국에서 코로나19가 수그러든다고 사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유럽 등은 이제 시작이니 문제”라고 했다.

입국금지 등 인적 교류가 제한되면서 기업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신 원장은 “입국금지 등 인적 교류가 끊긴다는 것은 물건과 돈의 흐름이 막히는 것”이라며 “베트남 현지 생산설비 운용을 위해 파견된 삼성디스플레이 엔지니어들의 입국이 막혔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새로운 투자와 생산시설 증설 등이 한동안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각국이 방역을 위해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국제 공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자유무역 체제를 유지하는 데 적극 목소리를 내야 할 세계무역기구(WTO)마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각료회의를 취소한 실정”이라며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세계적으로 소상공인 등 경제 기반의 훼손이 큰 만큼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구노력에 나서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새로운 계약과 수요를 발굴하기 힘들다는 점이 앞으로 다가올 불안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국제 공조가 어렵고 내수 부양이 급선무인 만큼 감세 위주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 전 본부장은 “세계적인 저금리 상황에서 통화정책은 한계가 있고 결국 쓸 수 있는 카드는 재정정책뿐”이라며 “다만 개인들에게 직접 돈을 나눠준다 해도 불안한 마음에 쓰지 않을 가능성이 커 소비 진작에 한계가 있는 만큼 취약한 중소기업 등 기업을 지원하는 감세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지출이 자칫 포퓰리즘으로 빠지면 효과는 못 보고 국가채무비율 등 부담만 떠안게 된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했듯 적극적 재정정책을 펼치되 감세 위주 정책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