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일 정부세종청사 인근에 긴급 설치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자동차를 타고 온 시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3일 정부세종청사 인근에 긴급 설치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자동차를 타고 온 시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정부세종청사 내 확산세가 가파르다. 13일에만 6명이 추가돼 확진자가 28명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해양수산부 직원의 재택근무를 대폭 확대하는 등 코로나19 전파 차단에 나섰다. 하지만 세종시의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80% 이상이 정부청사 공무원 또는 그 가족으로 나타나면서 감염 확산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청사에서 집단감염이라니”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해수부 소속 공무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25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1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11일 4명, 12일 14명 등으로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다. 이들의 가족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2명까지 합하면 27명이 해수부와 관련이 있다.

특히 이날에는 해수부 바로 옆 기획재정부 건물(정부청사 4동)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해수부 부서 가운데 유일하게 4동에 있는 감사관실 직원의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된 것이다. 해수부가 있는 5동에서 옆 건물로 전파됐다.

이에 따라 세종시 확진자 38명 중 중앙부처 공무원(28명)과 그 가족(4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84%에 달한다. 대구 지역 코로나19 감염자 중 신천지 신도 비율이 60% 안팎인 것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해수부 외에 교육부, 국가보훈처, 대통령 기록관 등에서 1명씩 확진자가 나왔다. 방역이 철저해야 할 정부청사가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청사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국민들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중앙부처 공무원들부터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확진자 중 상당수는 기침과 발열 등 의심 증상이 있는 데도 출근하고 정상적인 활동을 함으로써 함께 일한 공무원들이 자가격리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세종시 한 주민은 “콜센터를 제외하곤 민간 기업에서도 나오지 않은 집단감염 사례가 정부청사에서 발생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공무원들, 속속 재택근무 전환

비판이 이어지자 인사혁신처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업무 조정 지침을 뒤늦게 하달했다. 교대근무를 통해 재택근무자를 늘리고, 업무 인원 밀집도를 줄이는 것이 골자다. 중앙 부처 공무원들이 대대적인 재택근무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선 확진자가 쏟아진 해수부는 최소 인원만 출근하도록 하면서 전체 직원의 70%가량을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출근자도 오전에 일하고 오후에는 퇴근하는 등 근무시간을 최소화했다. 해수부와 인접한 기재부와 국토해양부, 교육부 등은 전체 직원을 3개 조로 나눠 3분의 1씩 돌아가며 재택근무하는 시스템으로 바꿨다.

통상적인 회의 역시 넓은 장소에서 하도록 했다. 기재부와 통일부는 장관실에서 하던 간부회의를 대회의실로 옮기기로 했다. 기자단을 상대로 한 각종 현안 설명도 넓은 장소에서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문제는 집단감염이 일어나고 있는 해수부에서 여전히 감염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수부와 인근 부처 등에서 추가 감염자가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날 해수부 인근 주차장에는 드라이브 스루(승차 진료) 방식의 선별진료소가 설치돼 인근 공무원들에 대한 검체 채취를 개시했다. 특히 해수부 직원은 코로나19 전수 조사를 하기로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