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당분간 변동성 확대 불가피…코로나19 확산 둔화해야 변곡점"
'팬데믹 선언'에 국내외 금융시장 충격…'투자 빙하기' 온다(종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덮치면서 국내에서도 주식·원화 가치가 일제히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 진정되기까지 금융시장이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12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73.94포인트(3.87%) 떨어진 1,834.33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1.06% 하락으로 출발했다가 오전 10시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이후 낙폭이 급격히 커졌다.

장중 한때 5% 이상 폭락하면서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을 일시 중단시키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사이드카는 시장 상황이 급변할 경우 프로그램 매매 호가를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제도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2011년 10월 4일 이후 약 8년 5개월 만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규모 부양정책 등 적극적 대응을 기대했다"며 "그러나 유럽에서 미국 입국 30일간 중단 등 부정적인 부분이 더 많은 연설 내용에 실망한 매물이 나와 코스피 조정 폭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국내외 시장에서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극도로 커지면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5원 뛰어오른 달러당 1,206.5원에 마감했다.

이 같은 상승 폭은 지난해 8월 5일(17.3원) 이후 7개월 만에 최대치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이 공포에 휩싸이면서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4.41% 추락했고 상하이종합지수도 1.52% 급락했다.

앞서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5.86%),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4.89%), 나스닥지수(-4.70%)가 모두 폭락했다.

특히 다우지수는 52주 최고가 대비 20.3% 하락, 추세적인 하락을 의미하는 약세장(bear market)에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진입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하자 공포심리가 전 세계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CNN이 집계하는 '공포·탐욕 지수'(Fear & Greed Index)가 최저치 0에 접근했고 씨티그룹이 제공하는 '거시위험지표'(Macro Risk Index)도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2015년 유럽 재정위기 수준에 도달했다"며 "이는 시장의 공포심리가 극에 달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월 말 이후 공포심리가 두 달 가까이 금융시장을 지배하면서 투자심리가 취약해졌다"며 "그 결과 시장이 각국 정책 등 호재는 무시하고 작은 불확실성에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면서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대체로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추세 자체가 변곡점을 맞이하기 전에는 시장이 당분간 현재처럼 취약한 상태에서 큰 변동성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확진자 급증 시작 시점부터 중국은 약 20일, 한국은 약 12일이 지나고 나서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했다"며 "이는 유럽·미국도 확진자가 본격 증가하고 약 16~20일이 지나면 증가세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문제는 미국이 이제 막 확진자 급증 단계에 돌입했다는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한국 사례를 따라갈 경우 내달 초까지가 최대 고비이고 이후 차츰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미국 신규 확진자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시점이 전 세계 코로나19 사태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이는 내달 첫 주 무렵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 급락은 신흥국 전반의 자금 이탈이 근본적인 배경이므로 위험회피 심리가 진정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대규모 감세안 의회 통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등 극적인 정책 대응이 나와야 매도세가 진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단기간 코스피 변동 범위 예상은 무의미하다"며 "다만 코스피 1,800선 수준은 과거 코스피 순이익이 70조원대였을 때 지수 하단이었다는 점에서 현재는 과매도 국면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는 시장의 변동성이 극심한 만큼 단기 매매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며 "장기 투자자라면 대형주 내 주도 종목 중심으로 분할 매수를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제서야…등 떠밀려 팬데믹 선포한 WHO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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