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첫 대책 역부족에 "추가 대책 필요" 관측
2008년 공매도 금지 8개월 후 코스피 원상 회복
주가 날개없는 추락…'공매도 금지·증시안정펀드' 카드에 무게
정부가 주식시장의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대상을 확대하는 시장 안정 조치를 내놨지만 역부족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한시적 공매도 금지와 증시안정펀드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고 있는 데다 이들 조치가 불필요한 증시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카드는 말 그대로 증시 안정 조치일뿐 주가 폭락을 막는 '전가의 보도'가 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약 한 달 동안 코스피는 35%가량 폭락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해제된 8개월 후에는 코스피가 원상 회복됐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시장안정을 위한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에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안과 증시안정펀드 조성안 등을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가 폭락 사태가 벌어지자 지난 10일 증시 안정 조치 중 하나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요건을 완화하고 지정 대상 종목의 공매도 금지 기간을 1거래일에서 10거래일(2주일)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전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시장 동향을 살펴 가며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후 증시에서 '패닉' 현상이 멈추지 않고 있어 공매도 전면 금지 가능성 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증시 상황이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와 유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장중 코스피 1,900선이 붕괴한 데 이어 이날도 장중 5% 넘게 폭락해 1,800선 근처까지 하락했다.

약 8년 5개월 만에 유가증권시장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유가증권시장 사이드카는 코스피200 선물거래 종목 중 직전 거래일 거래량이 가장 많은 종목의 가격이 5%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할 경우 발동되며 발동 시점에서 5분이 지나면 자동 해제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시 폭락 이유도 파악하고 (다른 나라의 공매도 금지 조치 등) 글로벌 상황도 봐가며 판단해야 한다"며 "다만,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주가가 많이 내려가면 (공매도 금지) 그런 조치가 나올 확률은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주가 날개없는 추락…'공매도 금지·증시안정펀드' 카드에 무게
아직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증시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가 단행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더 주시하며 판단한다는 분위기다.

지난 2008년과 2011년에도 미국 등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가 나오자 후행적으로 따라갔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과 정치권에서는 자칫 '실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국에서 조치가 나오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공매도 지정종목 요건 완화는 이미 공매도가 급증해 주가변동이 일어난 종목에 취해지는 조치"라며 "지금은 공매도 지정종목 지정요건 완화가 아닌 공매도 자체를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조치가 취해져야 할 타이밍"이라고 금융위에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를 촉구했다.

정부의 지난 10일 대책 발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공매도를 즉각 금지해 달라는 청원이 또 잇따라 올라왔다.

아울러 공매도 제도를 외국인, 기관, 개인 투자자 모두에게 공평하도록 수정해 달라는 청원도 있다.

한 청원인은 "현실에 맞지 않는 순기능과 이론만 가지고 공매도 세력이 활보하는 걸 가만히 두는 금융위원장은 즉각 교체해야 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가격이 내려가면 싼값에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 폭락장에서 추가 하락을 부추기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금융위가 꺼낼 수 있는 또 다른 시장 안정 조치로는 증시안정펀드가 꼽힌다.

증시안정펀드는 증권 유관기관들이 자금을 출연해 펀드를 만들고 이를 통해 증시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증권협회와 증권선물거래소, 증권예탁결제원, 자산운용협회 등 4개 기관이 5천150억원을 공동으로 조성해 그해 11월부터이듬해 3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공매도 금지 등 시장 안정 조치가 추세적인 주가 폭락을 막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정부가 2008년 10월 1일부터 그다음 해 5월 31일까지 8개월 동안 전 종목의 공매도를 금지했을 때도 초반 주가 폭락을 막지는 못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단행된 2008년 10월 1일 1,439.67이던 코스피는 같은 달 24일 938.75로 34.9% 하락했고 코스닥지수는 440.95에서 276.68로 37.3% 떨어졌다.

그 이후 비금융주에 대해 우선 공매도 금지 조치가 해제된 2009년 6월 1일 코스피는 1,415.10, 코스닥지수는 539.56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 전 수준으로 원상회복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008년에 이미 경험했듯이 공매도를 전면 중단한다고 오늘 같은 주가 하락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공매도 금지를 주가 부양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고 시장 안정 조치의 하나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황 연구위원은 "그럼에도 일시적인 공매도 전면 금지는 불필요한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만큼 필요하다고 보고 정부도 당연히 검토할 것"이라며 "증시안정펀드도 주가 하락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겠지만 시장 안정조치로서 증권 유관기관들이 자금을 내서 조성할 가능성이 꽤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