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폭락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장중 한때 5.23% 급락해 1808.56포인트를 기록, 1800선 붕괴 위기에 놓였었다. 코스피지수가 이날 폐장 전 1800선 밑으로 내려간다면 2013년 6월 이후 첫 1800선 붕괴다.

오후 들어 5% 이상 폭락세를 보이자 한국거래소는 '사이드카'를 발동, 시장의 변동성을 다소 줄여놨다. 사이드카는 주식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보다 거래 개입 여부에서 제한적이지만, 대량 프로그램 매래를 일시 차단시켜 현물시장의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 프로그램 매매는 선물과 현물 간 가격차이를 이용해 기관과 외국인들이 대량으로 매매하는 투자기법이다.

매도 사이드카는 선물가격이 1분 이상 5% 넘게 하락할 경우 발동, 5분간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이 정지된다.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커진 2011년 10월4일 이후 약 8년5개월 만에 처음이다.

사이드카 발동 30여분이 지난 오후 1시42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22% 하락한 1846.77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이 시장에서 외국인은 개장 이후 지금까지 약 6550억원어치 보유주식을 팔아치웠다.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서는 같은 시간 차익순매수 1087억원, 비차익순매도 2300억원가량을 나타내고 있다. 현물시장으로 유입된 프로그램 매도 규모는 1210억여원이다.

시가총액(주식을 시가로 표시한 금액) 상위주(株)는 일제히 급락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날 대비 각각 1.92%와 2.57% 내린 5만1100원과 8만33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네이버도 1.24%와 2.65%의 주가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LG화학(-4.79%) 셀트리온(-1.43%) 현대차(-3.90%) 삼성SDI(-2.77%) 삼성물산(-3.45%) 등 시총 10위권 내 업종 대표주들 모두 일제히 내림세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사태 이후 국내 증시는 연일 몸살을 앓고 있다.

외국인은 전날(11일)에만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서 약 700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약 2600억원어치 보유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날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만 4조3000억원 이상 매도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나아가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에서 10조원 가까이 보유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20일 이후 전날까지 외국인은 국내 증권시장에서 9조5190억원가량 순매도했다. 이 영향으로 외국인의 전체 시가총액도 지난달 20일 약 622조원대에서 현재 532조원대로 90조원가량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전체 증시 시가총액은 1771조원대에서 1502조원대로 268조7000억원가량이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