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규 한립토이스 회장이 서울 대학동 본사에서 완구제품 개발 방향을 얘기하고 있다.
소재규 한립토이스 회장이 서울 대학동 본사에서 완구제품 개발 방향을 얘기하고 있다.
칠십을 고희(古稀)라고 한다. 이쯤 되면 대개 의욕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더 의욕적으로 도전에 나서는 기업인들이 있다. 완구업체인 한립토이스의 소재규 회장(74)은 해마다 20~30종의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왕성하게 현장에서 뛰고 있는 이들을 만나봤다.
서울 관악구 대학동. 미림여고 부근에 완구업체 한립토이스가 있다. 소재규 회장은 1974년 창립해 46년째 이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완구사업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누구 못지않게 뜨겁다.

소재규 한립토이스 회장 "연구개발 총괄하며 매년 30종 신제품 내놔"
그는 지금도 연구개발을 총괄하며 연간 20~30종의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최근 1년 새 선보인 완구가 29종에 이른다. 목재완구 16종, 종이퍼즐완구 9종, 해피미니사각블록 4종이 들어 있다. 목재완구는 피자세트 햄버거세트 등 원목으로 만든 장난감이다. 놀이를 하면서 음식이름 등을 익힐 수 있는 교육용 완구다. 종이퍼즐완구는 문어 거북이 새우 등의 각종 모양을 퍼즐 형태로 맞추면서 동물 이름을 공부할 수 있게 했다. 해피미니사각블록은 사각블록을 활용해 로봇 집 자동차 비행기 등을 조립할 수 있다.

신제품 개발에 매달리는 것은 ‘어린이가 있는 한 완구산업은 영원하다’는 신념 때문이다. 그는 완구가 사양산업이라는 주변 시각을 바로잡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 완구조합에 따르면 1990년 초반 한국의 완구산업은 연간 수출액이 10억달러 이상이었지만 2019년 수출은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9188만달러에 그쳤다. 대신 수입액은 8억553만달러에 달해 외국 제품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완구조합 회원사도 한때 약 500개에 달했지만 지금은 150개로 줄었다.

하지만 수입품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있다는 얘기다. 소 회장은 “아무리 디지털기기가 발달해도 지능계발에 손으로 만지고 조립하는 완구를 따라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완구는 지능발달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꿈을 심어주는 도구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소 회장은 “완구의 형태와 종류가 달라질 뿐 어린이와 완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앞으로도 교육용 완구 개발에 전력투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방 직후인 1946년 태어난 그는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다. 1970년대 초반엔 호텔용 주방기기 등을 가공하는 금도금업체를 창업했다. 호텔용 커피포트 스푼 나이프 등을 도금하는 업체였다. 대만에 출장갔다가 완구산업이 활황인 것을 보고 힌트를 얻어 1974년 서울 후암동에서 완구 제조를 시작했다.

처음 제조한 ‘홈런왕’이 대박 상품이 됐다. 발로 밟으면 공이 튀어나오고 이를 플라스틱 배트로 치는 제품이다. 당시는 고교야구 전성기였다. 고교야구 대회가 열리면 거리에 다니는 사람이 줄어들 정도였다. 군산상고 대구상고 광주일고 경남고 등의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큰 인기를 끌 때여서 야구완구도 큰 인기를 얻었다. 악기놀이인 ‘훼미리밴드’ ‘시계놀이’ ‘낚시놀이’ 등도 히트상품 대열에 합류했다. 공통점은 재미를 곁들인 교육용 완구라는 것이다. 이 중 낚시놀이는 당시 TV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공전의 메가히트를 기록했다. 그는 “1988년부터 2000년까지는 황금기였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이후 저가 완구 수입 급증과 국내 인건비 상승이 겹치면서 국내 완구업체들은 고전하고 있다.

소 회장은 완구조합 이사장도 18년째 맡고 있다. 그는 “개인 완구사업만으로도 벅차 지난 2월 말 조합 정기총회에서 그만하겠다고 했지만 조합원들에게 떠밀려 또 다시 4년간 이사장으로 일하게 됐다”며 “업계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몸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완구산업이 쇠퇴한 데에는 인건비 상승과 신제품 개발 부족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지만 까다로운 인증으로 기업 부담이 가중되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에 의해 5년마다 기존 제품의 안전검사를 새로 받아야 해 비용 부담이 크다”며 “특히 신제품을 개발해도 비싼 검사비용 때문에 채산을 맞추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진국의 경우 정부의 강제검사보다는 리콜제도 등 사후감시를 통해 안전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낙훈 한경글로벌강소기업연구원장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