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연고점 대비 13% 하락…"코로나19 여파 수요 둔화 우려"
'글로벌 경기 풍향계' 구리 가격 3년 만에 최저
글로벌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원자재인 구리 가격이 약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51% 내린 1t당 5천483달러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1t당 5천466달러를 기록한 2017년 5월 8일 이후 2년 10개월여만에 최저치다.

지난 1월 16일의 연고점인 1t당 6천300.5달러와 비교하면 약 두 달 만에 13% 하락했다.

다음 날인 10일 구리 가격은 1t당 5천598달러로 하루 만에 2.10% 반등했으나 1t당 6천달러를 웃돌던 연초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구리 가격 약세에 구리선물 상장지수펀드(ETF)도 수익률도 저조하다.

'TIGER 구리선물 ETF'와 'KODEX 구리선물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지난 11일 기준 각각 -9.08%, -11.75%에 그쳤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구리 수요 둔화 우려가 증폭돼 가격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구리는 글로벌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원자재다.

구리가 건설, 전기, 전자 등 산업 전반에 원자재로 쓰여서 경기 변동에 따른 구리 수요가 가격에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구리 가격이 경기 전환점을 선행적으로 잘 보여준다는 이유로 시장에서는 구리를 '닥터 코퍼'(Dr.Copper·구리 박사)라는 별칭으로도 부른다.

실제로 구리 가격 하락세와 맞물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세계 곳곳에서 경기 위축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역대 최저인 35.7에 그쳤다.

PMI는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에서는 아직 많은 공장이 정상적으로 생산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2월 미국의 종합 PMI도 49.6으로 2013년 10월 이후 최저였다.

같은 기간 미국 제조업 PMI(51.9→50.8)와 서비스 PMI(53.4→49.4)도 하락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세계 경제는 작년 4분기를 기점으로 회복 국면으로 전환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2월 중국과 전 세계 제조업 PMI 지표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둔화 영향으로 1분기 전 세계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향후 전 세계적인 유동성 확대와 재정 지출 증가가 예상돼 상반기에 경기부양책 효과가 부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