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동방항공의 '뒤통수'…한국 승무원만 전원 해고
중국 민영 항공사인 동방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영난을 이유로 2년간 계약직으로 근무한 한국인 승무원 전원에게 퇴사를 통보했다. 같은 해 함께 입사한 일본·이탈리아 국적 승무원들은 예정대로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이어서 항공업계에 ‘한국인 차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동방항공은 지난 9일 한국인 객실승무원 73명에게 11일자로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항공시장 내 변화로 경영이 큰 영향을 받아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한 해에 채용된 한국인 승무원 전원이 계약 만료를 통보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2018년 채용돼 12일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었다. 동방항공 승무원은 통상 2년 계약직으로 근무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한 한국인 승무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이상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게 일반적이었다”며 “1주일 전만 해도 신체검사 공지와 유니폼 신청일을 알려줬는데 갑작스럽게 계약 해지를 통보받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동방항공은 해당 승무원들에게 소송이나 언론 제보를 하지 않을 경우 위로금을 두 배 더 주겠다는 제안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는 지난달에도 중국 우한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후베이성 노선에 한국인 승무원을 집중 투입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같은 시기 채용된 외국인 승무원들은 예정대로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조치가 한국인에 대한 부당 대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승무원들은 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동방항공이 집단해고 방침을 유지할 경우 소송에 나설 계획이다. 대책위 법률대리인인 법률사무소 일과사람의 담당 변호사는 “동방항공 측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믿음을 여러 차례 주었음에도 예고 없이 해고를 결정했다”며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해고 절차와 요건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선아/양길성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