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회복할 기미를 보이던 수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달 하루평균 수출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월 수출은 412억6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 늘었다. 하지만 작년엔 2월이던 설 연휴가 올해는 1월에 있으면서 지난달 조업일수가 사흘 늘어난 데 따른 착시 효과라는 지적이다. 조업일수를 배제한 지난달 하루평균 수출(18억3000만달러)은 전년 동기 대비 11.7% 감소했다.하루평균 수출은 작년 11월 -12.6%에서 12월 -7.3%로 하락폭이 둔화한 데 이어 올 1월 4.6%로 14개월 만에 반등했으나 한 달 만에 다시 꺾였다.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대(對)중국 수출이 6.6% 줄어든 영향이 컸다. 하루평균 기준 중국 수출은 21.1% 급감했다.對중국 수출 21% 급감…"3월엔 더 큰 충격파 온다"“앞이 안 보인다.”수출 시장에 미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하루 평균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작년 부진한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와 반도체 가격 반등에 힘입어 올해 회복할 것으로 낙관했던 산업통상자원부의 목소리도 확 달라졌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1일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점을 감안할 때 코로나19 영향은 2002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 클 것”이라며 “현 상황은 매우 엄중하다”고 했다.반도체 가격은 2개월째 상승지난달 휴일을 제외한 조업일수(22일)는 작년 동기(19일)보다 3일 많았다. 이 요인을 배제한 2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일단 2018년 12월(-1.7) 이후 14개월째 계속돼온 ‘수출 마이너스’ 고리를 끊는 데는 성공했다.반도체(9.4%) 일반기계(10.6%) 무선통신(8.0%) 자동차부품(10.0%) 선박(8.0%) 등 주요 20개 품목 중 14개의 수출이 늘었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반도체 D램(8기가비트 기준) 고정가격은 지난달 개당 2.88달러로, 올 들어 2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작년 7월 반등한 뒤 8개월째 상승세를 보였다.반도체는 가격이 아닌 물량 기준으로도 지난달 14.4% 늘었다. 작년 7월 이후 8개월 연속 증가세를 지켰다. 지역별로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7.5%), 독립국가연합(CIS·12.2%), 인도(14.7%)에서 호조를 보였고, 미국(9.9%)은 9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하지만 자동차와 디스플레이 수출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조업일수가 늘었는데도 자동차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16.6%, 디스플레이는 21.8% 감소했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은 각각 0.9%와 9.7% 쪼그라들었다.지난달 수입은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371억5000만달러로 기록됐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는 41억2000만달러 흑자였다. 97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수출 비중 25%’ 중국 부진작년 전체 수출액의 4분의 1(25.1%)을 차지한 중국 수출은 조업일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6.6% 쪼그라들었다. 하루 평균으로 계산하면 21.1% 급감한 수치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 설 연휴인 춘제 기간이 대거 연장되면서 현지 공장의 가동률이 현저하게 떨어진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중국 춘제는 1월 30일까지였으나 31개 지방정부 중 대다수가 지난달 9일까지로 연장했다. 코로나19 진원지인 후베이성은 조업 재개 시기를 이달 11일로 미뤄놓은 상태다. 춘제 기간에만 중국 내 휴대폰 판매가 1년 전보다 50% 이상 줄었을 것이란 게 업계 추산이다.중국 내 부품·모듈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대(對)중국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수출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1~25일 기준으로 자동차 수출은 36.3%, 자동차부품은 35.0% 감소했다. 디스플레이(-42.0%), 석유화학(-36.2%), 석유제품(-15.4%) 등도 부진했다.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걱정이 나온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어서다. 3월 수출이 고꾸라지는 것은 물론 정부가 작년 말 세웠던 ‘연간 3% 수출 성장’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워졌다는 관측이다.무역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강력한 전염성을 고려할 때 세계 교역이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며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청와대가 연초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한 소재·부품·장비산업담당관에 이원주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장비협력관(국장)이 발탁됐다. 이로써 소부장담당관을 비롯해 국민생활안전, 방위산업 등 신설 담당관 자리가 마련된 지 한 달여 만에 모두 채워지게 됐다. 이원주 담당관은 지난 14일 국장으로 승진해 산업부에 신설된 소재부품장비협력관에 임명됐다. 그는 대구 성광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시 40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산업부에서 기업협력과장, 전력산업과장, 장관비서관, 산업정책과장 등을 지냈다. 일본과의 무역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중국발(發) 부품대란을 겪으면서 소부장 국산화 필요성이 커진 만큼 관련 분야 전문가를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청와대는 새롭게 만들어진 방위산업담당관에 최용선 신임 방위산업담당관을 전(前)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을 임명했다. 광주 광산구청 정책팀장을 거쳐 권은희·송영길 의원 보좌관,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 등을 지냈고,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다. 방위산업과 무관한 이력 탓에 전문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내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신설된 자리와 무관한 정치권 인사가 첫 담당관에 이름을 올렸다는 이유에서다. 방위산업담당관은 국가안보실 1차장 산하 국방개혁비서관실 내에 자리가 꾸려진 상태다. 정무수석실의 자치발전비서관실에 신설된 국민생활안전담당관으로는 정재혁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이 임명된 상태다. 시민사회수석실에서 관련 업무를 맡아온 만큼 업무 연속성을 위한 인사로 전해진다.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주로 서울에 머물고 있는 이윤석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대변인(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이 지난 11일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을 찾았습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증설(7기)하지 못해 내년 말이면 월성 원전을 올스톱해야 할 위기라는 보도가 잇따랐기 때문이죠. 작년 말 기준 원전 임시저장시설의 포화율은 94.2%입니다.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의 정부 연구용역 결과(2018년 말 기준)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인 맥스터는 2021년 11월 꽉 찰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핵폐기물 저장시설이 포화되면 원전을 모두 세우는 방법밖에 없지요. 평균 건설기간이 19개월 걸리는 맥스터 증설 공사를 오는 4월 내 착공하지 못할 경우 내년 말 ‘원전 올스톱’이란 탈원전 시나리오가 완성되는 겁니다.주민 의견수렴 등 공론화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 게 정부 설명이지만, 항간에선 “정부가 탈원전을 위해 일부러 맥스터 증설을 막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옵니다.정부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를 ‘국민 여론’에 맡기자는 뜻으로, 2018년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재검토준비단’을 만들었습니다. 재검토위원회가 출범한 건 작년입니다. 이 재검토위의 여러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핵폐기물 저장시설을 짓지 못하는 것이죠.예컨대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면 저장시설 건설이 쉽지 않습니다. 전체 전력 생산의 4분의 1 이상을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수급 걱정을 해야 할 판입니다. 더구나 원전은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기저 발전’이지요.재검토위의 이 대변인은 “여러 걱정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나, 일단 맥스터 증설을 위한 시간은 4개월가량 더 벌어놓은 상태”라고 했습니다.그 배경은 월성 3호기의 가동 중단입니다. 중수로형인 월성 원전의 경우 1970년대부터 캐나다 기술로 도입됐는데, 영구정지 처분 된 1호기를 제외하고 2~4호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중 3호기가 작년 9월부터 45일간 예방점검에 들어갔다가 ‘기술 이상’이 발견돼 장기 점검으로 전환됐다는 것이죠. 월성 3호기는 오는 5월은 돼야 재가동이 가능하다고 합니다.월성 3호기에서 발견했다는 결함은 ‘습분 분리기’에서 나왔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습분 분리기는 원전의 전기 발생기 내 수분 발생을 막아주는 장치로 수리 기간이 꽤 길어질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고 했습니다.원래 한달 반이면 정기 점검이 끝나는데, 우연치 않게 월성 3호기의 기계 이상이 발견되면서 점검 기간이 8개월로 길어졌고, 결과적으로 맥스터 증설 공론화를 위한 시간을 벌게 됐다는 겁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포화 시점이 당초 내년 11월에서 2022년 3월로 바뀌게 된 것이죠.정부와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회는 4월 총선 이전에 급하게 지역 여론을 수렴하고 공론화를 추진해야 할 부담을 덜게 됐습니다.‘원전 올스톱’을 막기 위한 맥스터 증설 착공의 마지노선이 오는 8월로 늦춰졌지만 그때까지 주민의견 수렴 및 공론화를 모두 끝낼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탈핵단체 등의 조직적인 반대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다만 이 대변인은 “우리도 공론화 작업이 무한정 늦어질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만약 올해 8월까지도 착공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원전업계에선 “월성 원전의 안전점검을 대폭 강화해 사용후핵연료 배출을 최대한 늦추는 꼼수를 쓸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월성 3호기 사례처럼, 어떤 이유에서든 다른 원전의 점검·정비 기간을 길게 가져가면 핵폐기물 배출을 최소화하고 맥스터 완공 시점도 늦출 수 있다는 것이죠. 기우(杞憂)이길 바랍니다.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