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침체로 국세 수입이 6년 만에 감소한 가운데 올해도 1월부터 세금이 작년보다 덜 걷혔다. 지난달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내수가 급격히 위축돼 올해 ‘세수절벽’이 닥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업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 감소
기획재정부가 10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국세 수입은 36조5000억원이었다. 1년 전보다 6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국세 수입(293조5000억원)은 2013년 이후 처음 감소(-1000억원)로 전환됐는데, 올해도 첫달부터 세수 부진이 이어진 것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의 실적 악화, 투자심리 위축 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법인세(1조6000억원)가 전년 동월보다 2000억원 덜 걷혔다. 기업의 영업이익 부진 탓이다. 관세 수입(7000억원)도 2000억원 줄었다. 작년 12월~올 1월 수입 실적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 감소한 영향이 컸다. 특히 기업들이 설비투자 계획을 미루거나 취소하면서 반도체 제조용 장비 같은 자본재 수입이 많이 줄고 있다.
‘기타 국세’가 1조3000억원 감소한 것도 경기침체 탓이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체납 세금에 대한 징수액과 수입 때 내는 부가가치세 등이 줄었다”고 말했다. 다만 소득세(9조3000억원)와 부가세(18조5000억원)는 1년 전보다 각각 2000억원, 1조원 많이 걷혔다.
국세 수입에 세외 수입·기금 수입을 더한 총수입은 올 1월 51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1000억원 감소했다.
나랏돈 씀씀이는 커졌다. 1월 재정 지출은 50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조5000억원 늘었다. 지출 예산을 작년보다 크게 높여잡은 데다 연초 재정 조기 집행을 적극 시행했기 때문이다.
코로나發 재정 악화 심해질 듯
재정수지는 악화일로다. 올 1월 관리재정수지는 1조7000억원 적자였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것으로,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준다.
문제는 세수 부진과 재정 적자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음식점업·숙박업·여행업 분야의 영세업체·자영업자 매출이 급락하고 있다. 항공·여행업계는 대기업까지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이는 부가세, 소득세, 법인세 등의 감소로 이어진다.
정부는 최근 코로나19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여기엔 3조2000억원 규모의 감세 정책이 포함됐다. 감세 정책을 감안한 올해 국세 수입 예산은 288조8000억원으로 작년 실적보다 4조7000억원 적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기록한 역대 최대폭의 세수 감소액(2조8000억원)을 뛰어넘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코로나19로 올해 세수 전반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정부 세수 예측과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추경안에는 재정 지출을 8조5000억원 늘리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를 감안한 올해 관리재정수지는 82조원 적자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1% 수준이다. GDP 대비 적자 비율이 -4%를 넘는 건 외환위기 때인 1998년(-4.8%) 후 처음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회 추경 심의 과정에서 코로나19 대응과 상관없는 사업은 배제해 재정 건전성 악화 속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편성된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간다.예결위는 이날 오전 10시 정세균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등을 대상으로 종합정책질의를 진행한다.국회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날 오전과 오후 전체회의 및 소위를 열어 추경안 심사를 이어간다.한편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피해 최소화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증액과 지원사업 신설을 검토하기로 했다.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당정청 회의 후 기자들에게 "추경의 증액과 지원사업의 신설 또는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이 밖에 당정청은 코로나19 대처에 동참하는 장병의 급식비 증액을 추경 심의 과정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또 의료진 보호장구를 넉넉히 확보하고, 약국이 공급하는 마스크에 대한 감세를 정부가 검토하기로 했다.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에 재택근무 실시 기업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금융권과 대기업일수록 재택근무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은 1089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재택근무 실시 의향’ 조사 결과 40.5%가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거나 실시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고 11일 밝혔다.업무 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춰진 대기업의 재택근무 참여 비율은 60.9%였으나 중견기업은 50.9%, 중소기업은 36.8%로 상대적으로 낮았다.업종별로는 금융·보험(73.3%)의 재택근무 동참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정보통신·IT(58.8%) 석유·화학(55.6%) 전기·전자(50%) 순으로 조사됐다. 업종 특성상 현장근무가 필수적이거나 재택근무가 어려운 기계·철강(14.3%) 건설(20.8%) 제조(29.7%) 업종은 참여율이 낮은 편이었다.이들 기업의 재택근무 인원은 평균적으로 전체 직원의 59.1% 수준으로 집계됐다. 전 직원 재택근무를 하는 기업도 18.4%에 달했다.기업들은 재택근무시 기존 업무양의 3분의 2가량만 소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무적 손실을 감수하고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동참하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재택근무를 실시하는 이유(이하 복수응답)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 차원’(84.4%)을 첫 손에 꼽았다. “회사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있어서”(21.1%) “직원들이 불안해해서” “방학 연장으로 육아에 어려움 있는 직원을 배려하기 위해”(이상 17.7%) 등의 답변도 나왔다.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콜센터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1일 0시 기준으로 90명으로 나타났다.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 출연해 이 같이 밝혔다. 서울시가 파악한 구로구 콜센터 관련 확진자는 서울 62명, 경기 13명, 인천 15명이다.박 시장은 "서울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 집단감염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국경제 '코로나19 현황' 페이지 바로가기https://www.hankyung.com/coronavirus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