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본 파견 늘고, 업무는 2배…지쳐가는 공무원
업무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역시 질병 대응 관련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다. 소속 공무원 상당수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등에 차출됐다. 복지부에서는 900여 명의 직원 중 200명 이상이 관련 업무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장애인과 노인 등 취약계층, 국민연금·건강보험 정책 등 기존 업무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이에 따라 남은 직원들은 평소 대비 1.5~2.0배 늘어난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 중대본을 구성하는 다른 부처도 상황이 비슷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경제, 사회 전반으로 충격이 퍼지자 차출되는 공무원 수도 늘고 있다.
한 부처 공무원은 “업무가 크게 늘어 지난달 중순 이후 거의 매일 야근하고 있다”며 “파견자를 비롯해 고생하는 동료가 워낙 많다 보니 어쩌다 개인 업무가 일찍 끝나도 1~2시간씩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가 많다”고 전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민간에 적극 권유하는 재택근무는 꿈도 못 꾼다. 업무 관련 자료와 데이터 상당 부분을 정부세종청사 바깥으로 반출할 수 없는 데다 재난 대응 과정에서 다른 부처와의 실시간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어서다.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업무 차질도 현실화되고 있다. 인사혁신처 국가보훈처에 이어 지난 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복지부 공무원이 단적인 예다. 인사처 보훈처에 이은 세 번째 세종청사 공무원 감염 사례다. 해당 직원이 소속된 과 직원 전체 14명을 비롯해 27명의 복지부 공무원이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조치됐다. 이들이 맡았던 장애인 관련 업무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나오자 해당 국에서는 방대본 파견 인력을 급히 복귀시키는 등 대응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해당 공무원은 발열 등의 증세가 나타났음에도 과중한 업무를 동료에게 떠넘길 수 없어 출근을 강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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