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장기전에 접어들면서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피로도가 깊어지고 있다. 관련 업무가 폭증하는 가운데 한정된 인원으로 늘어난 업무를 나누다 보니 “2월 중순 이후로는 저녁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업무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역시 질병 대응 관련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다. 소속 공무원 상당수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등에 차출됐다. 복지부에서는 900여 명의 직원 중 200명 이상이 관련 업무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장애인과 노인 등 취약계층, 국민연금·건강보험 정책 등 기존 업무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이에 따라 남은 직원들은 평소 대비 1.5~2.0배 늘어난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 중대본을 구성하는 다른 부처도 상황이 비슷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경제, 사회 전반으로 충격이 퍼지자 차출되는 공무원 수도 늘고 있다.

한 부처 공무원은 “업무가 크게 늘어 지난달 중순 이후 거의 매일 야근하고 있다”며 “파견자를 비롯해 고생하는 동료가 워낙 많다 보니 어쩌다 개인 업무가 일찍 끝나도 1~2시간씩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가 많다”고 전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민간에 적극 권유하는 재택근무는 꿈도 못 꾼다. 업무 관련 자료와 데이터 상당 부분을 정부세종청사 바깥으로 반출할 수 없는 데다 재난 대응 과정에서 다른 부처와의 실시간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어서다.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업무 차질도 현실화되고 있다. 인사혁신처 국가보훈처에 이어 지난 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복지부 공무원이 단적인 예다. 인사처 보훈처에 이은 세 번째 세종청사 공무원 감염 사례다. 해당 직원이 소속된 과 직원 전체 14명을 비롯해 27명의 복지부 공무원이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조치됐다. 이들이 맡았던 장애인 관련 업무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나오자 해당 국에서는 방대본 파견 인력을 급히 복귀시키는 등 대응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해당 공무원은 발열 등의 증세가 나타났음에도 과중한 업무를 동료에게 떠넘길 수 없어 출근을 강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