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급의 퍼펙트 스톰(초대형 경제위기)으로 번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 간·지역 간 이동제한이 늘어나면서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주식시장마저 붕괴 조짐을 보이면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동시에 위기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에 떠는 세계 경제…"이러다 금융위기 넘는 퍼펙트 스톰 온다"
코로나19는 지난 주말을 지나면서 이미 세계적 대유행병 수준으로 바뀌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11만 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는 3800명을 넘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온 국가만 105개국이 넘는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처음 코로나19가 발병한 지 3개월 만이다.

세계 경제는 마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각국이 국가 간·지역 간 이동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되는 지역에 대해 출장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거미줄처럼 얽힌 상황에서 이는 공장 가동 중단 등 생산 및 소비 감소로 직결되고 있다. 미 실리콘밸리의 투자전문회사 세쿼이아캐피털은 최근 투자자에게 보낸 메일에서 코로나19가 2020년의 블랙스완(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현금 보유액을 늘리고 인건비와 지출을 줄이라고 권고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독일 슈피겔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재앙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세계 증시가 최대 40%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세계 경제 회복을 예상했던 경제기관들도 잇따라 비관론을 쏟아내고 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코로나19가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확산하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0.1%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초 이 기관은 올해 세계 경제가 3.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 경제분석 기관 옥스퍼드이코노믹스도 코로나19가 대유행하게 되면 세계 경제 성장률이 1.1%에 그칠 것이라며 종전 예상치(2.3%)를 반으로 깎았다. 특히 올 2분기 중국의 성장률이 2.0%에 그치고 미국(-0.5%)과 유로존(-1.4%)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코로나19가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될 경우 세계 경제 성장률이 1.5%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종전 전망치는 2.9%였다.

문제는 이번 위기가 금리 인하 같은 전통적 처방으로 대처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3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예정에 없던 금리 결정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지만 시장을 떠받치지 못한 게 단적인 사례다. 미국 등 각국의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시도도 아직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Fed는 일단 초단기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레포(환매조건부채권) 시장을 통해서다. 공개시장 조작 업무를 맡고 있는 뉴욕 Fed는 하루짜리 레포 운용한도를 기존 1000억달러(약 120조원)에서 최대 1500억달러(약 180조원)로 늘리기로 했다. 단기 자금시장에서 현금 흐름을 지원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같은 날 뉴욕 Fed의 발표가 나온 지 약 두 시간 뒤 개장한 뉴욕증시는 장이 열리자마자 주문이 대거 쏟아지면서 각종 지수가 폭락해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날 장중 다우지수, S&P500지수, 나스닥지수 등이 각각 전일 대비 7%가량 내렸다.

관건은 코로나19가 언제 잡히느냐에 달려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단기간에 끝난다면 세계 경제가 조기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 세계 경제 회복도 느려질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19 확산 전 미국 경제 상황과 고용지표 등이 좋았던 점을 거론하며 “(코로나19의) 충격이 짧으면 짧을수록 경제가 제자리로 회복되기 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