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찬성했지만…윤후덕·박찬대·정춘숙 등 원내지도부 연이은 기권표정의당, 불참한 김종대 외 5명 전부 반대…통합당 이혜훈도 반대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인터넷은행법)이 5일 예상을 깨고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 법의 통과를 바란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크게 반발했고, 합의처리를 약속했던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 또한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초과 지분보유 승인 요건 중 공정거래법 위반 요건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보통신기술(ICT)업이 주력인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가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기존 보유한도(4%)를 넘어 34%까지 늘릴 수 있게 허용해줄 때 단서조항 중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조항을 없애는 것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될 수 있어, KT의 의견을 반영한 '맞춤형' 법안이라는 게 반대자들의 주장이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민주당의 역점 법안인 '금융소비자보호법'(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함께 통합당 김종석 의원 등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패키지'로 처리하기로 합의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의 가결 후 이뤄진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표결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여야 184명의 의원이 재석한 가운데 찬성 75인, 반대 82인, 기권 27인으로 부결된 것이다. 특히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대거 쏟아졌다. 박광온·남인순·박주민 최고위원을 비롯해 홍영표·우원식·이종걸 전 원내대표 등 전현직 지도부가 반대표를 던졌고, 강창일·오제세·안민석·설훈·김상희·김영주·김영춘·백재현·안규백 등 중진들도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 밖에 박완주·이개호·전혜숙·김두관·김병관·제윤경 의원 등도 법안에 반대했다. 윤관석 정책위 부의장과 윤후덕 원내수석부대표, 박찬대·정춘숙 원내대변인과 원혜영·김진표·최재성·전해철·박범계 의원 등은 기권표를 던졌다. 이해찬 대표는 표결에 불참했다. 민생당에서도 천정배·조배숙·유성엽·채이배·김광수·김종회·장정숙·박주현·최도자 의원 등이 반대했고, 김동철·최경환 의원은 기권표를 던졌다. 정의당에서는 이날 재석하지 않은 김종대 의원을 제외한 5명 의원이 모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미래통합당에서도 이혜훈 의원이 반대했고, 같은 당 신용현 의원은 기권했다. 다만 민주당에서 이인영 원내대표와 정성호·김종민·고용진·박정·최운열 의원 등은 찬성표를 던졌다. 민생당 박지원 의원도 법안에 찬성했다. 예상치 못한 법안 부결에는 잇단 반대토론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 등 토론자로 단상에 선 의원들은 이 법이 통과되면 사실상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는 특혜를 누리게 된다며 강하게 반대를 호소했다. 민생당 채이배 의원 역시 "오늘 올라온 개정안은 독과점,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갑질, 담합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해친 자도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도 "20대 국회의 가장 큰 비극은 사회의 공공성과 사회적 약자 앞에서 여당과 제1야당이 한편이 돼버렸다"며 반대 표결을 호소했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이날 본회의에 앞선 의원총회에서 관련 내용을 설명했지만 투표는 의원들 자유에 맡겼다. 특히 박용진 의원은 의총에서 역시 이 법의 부당성을 강조하며 부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법안이 부결돼 당혹스러운 상황"이라며 "많은 의원들이 반대 토론을 들으면서 마음을 정한 것 아닌가 싶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연합뉴스
자본확충도 '비상'…KT 자회사 통한 유상증자 등 방안 저울질인터넷은행 3인방과 기존 은행권 간 금융혁신 경쟁 가속화 기대에 찬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됨에 따라 사실상 KT가 케이뱅크의 최대 주주로 올라설 수 없게 됐다. 케이뱅크는 자본 확충 대안 마련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지난해 말 재수 끝에 예비인가를 얻은 제3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가 합류하면서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인방과 기존 은행들 간 금융 혁신 경쟁이 가속할 것이라는 기대도 약화할 전망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을 부결했다.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초과 지분보유 승인 요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벌금형 이상) 전력을 제외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케이뱅크를 주도하고 있는 KT가 인터넷전문은행법 제정을 계기로 지난해 3월 최대 주주로 올라서려고 했으나 이 규정에 막혀 좌절된 바 있다. KT가 공정거래법상 담합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돼 해당 조항에 저촉될 가능성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KT에 대한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적격성 심사를 무기한 중단했기 때문이다. 아직 1심도 시작이 안 된 상황에서 3심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데다가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한 사안이 무죄가 나오기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KT가 최대 주주로 올라서는 것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됐다.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줄곧 논란이 돼 왔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 자체가 은산분리(은행과 산업 분리) 정신을 훼손했는데 공정거래법 '범죄 전력자'에게 은행을 내맡길 것이냐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민주통합의원모임 채이배 의원도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는 정보기술(IT)기업들인데, IT기업들은 독과점, 담합, 조세포탈, 횡령배임, 사기 등의 규제 위반 가능성이 있으니 이런 불법을 저질러도 봐주자는 것"이라며 이번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케이뱅크는 전날 우여곡절 끝에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함에 따라 KT를 중심으로 주주사들이 유상증자하는 방안을 재추진하려 했다. 지난해 계획했던 5천9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방안의 재판이다. 하지만 이날 개정안이 부결됨에 따라 KT 중심의 유상증자 방안은 불가능해졌다. 대안은 새로운 주주사를 찾거나 KT의 자회사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케이뱅크는 2018년 유상증자에 난항을 겪자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를 새 주주사로 영입해 약 470억원의 자본을 수혈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 대부분이 토스를 중심으로 한 제3 인터넷은행에 참여해 새 주주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케이뱅크의 주도권을 쥔 KT가 최대 주주로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제3자가 선뜻 나서기도 쉽지 않다. 사실상 대안은 자회사를 통한 증자다. 한국투자증권이라는 전례도 있다. 카카오뱅크의 기존 최대 주주였던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새로운 최대 주주인 카카오에 지분을 넘기는 과정에서 잔여 지분 상당수를 당초 한국투자증권에 주려고 했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어 한투지주로부터 카카오뱅크 지분 29%를 받을 수가 없었다. 한투지주가 장고 끝에 찾은 수는 인터넷은행법에 저촉되지 않은 한국투자증권의 자회사인 한투밸류자산운용에 해당 지분을 양도하는 방안이었다. 케이뱅크는 이른 시일 내에 자본을 확충하지 않으면 경영상의 위기에 봉착한다. 지난해 6월 이후 주요 대출상품의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주주사와 협의해 증자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와 예비인가를 얻은 후발주자 토스뱅크로선 케이뱅크가 멈춰선 동안 입지를 다지거나 만들어낼 기회를 얻은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