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에 공문…노선 감편·기재 축소 불가피 상황 설명
2월 마지막주 항공권 환불액이 발매액 초과…국제선 예약 62% 감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대한항공이 정부에 국제항공운수권과 영공통과이용권 등의 회수 유예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정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전날 우기홍 사장 명의로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올해 모든 노선의 국제항공운수권, 영공통과이용권, 슬롯(시간당 비행기 운항 가능 횟수) 회수를 유예해달라고 건의하는 공문을 보냈다.

대한항공 "노선 정상운영 불가능"…운수권 회수 유예 확대 건의
대한항공 측은 공문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타국의 한국발 승객 입국 제한 조치와 여행 수요 급감 등으로 정상적인 노선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건의했다.

이는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으로 한국발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점차 늘어나는 등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한국발 입국을 금지하거나 절차를 강화한 국가·지역은 총 96곳이다.

사실상 모든 노선의 수요가 급감하는 유례없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대적인 노선 감편과 운휴, 기재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이달 1일 기준 국제선의 노선별 3월 예약 인원수는 전년 대시 62% 감소했다.

특히 승객의 항공권 환불 요청은 평상시 대비 30배 증가해 2월 마지막주의 경우 항공권 환불금액이 발매액을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노선 정상운영 불가능"…운수권 회수 유예 확대 건의
이에 따라 매출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 노선 23개 중 12개 노선을 잠정 중단하고 9개 노선을 감편하기로 한 상태다.

대한항공 측은 "현재 운수권, 영공통과이용권, 슬롯 방어를 위해 기존 노선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경우 수익 대비 과다한 비용 부담으로 최소한의 유동성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유연한 노선 운영을 통한 자구 노력을 시행하려면 올해 운수권과 영공통과이용권, 슬롯 방어 의무를 면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운수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20주의 운항이 필요하다.

영공통과이용권 역시 연간 50% 이상 사용해야 한다.

다만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통과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 17조 3항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천재지변, 전쟁, 해당 공항의 폐쇄, 안전 및 보안 문제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미사용 운수권 또는 영공통과이용권을 회수하지 않을 수 있다.

대한항공은 이와 함께 국내 공항의 슬롯도 동·하계 모두 회수를 유예해달라고 건의했다.

아울러 해외 공항의 경우에도 각국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국적 항공사의 슬롯 보전이 가능하도록 조치해달라고 촉구했다.

대한항공 "노선 정상운영 불가능"…운수권 회수 유예 확대 건의
현행 규정상 슬롯 보전을 위해서는 배정받은 슬롯에 80% 이상 운항해야 한다.

대한항공 측은 앞서 지난 3일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과 항공사 사장단 간담회에서도 미사용 운수권과 슬롯 회수 유예를 전 노선으로 일괄 확대 적용하고 국적사의 해외 공항 슬롯 유지를 위해 각국 정부를 대상으로 정부 차원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건의한 바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도 전세계 공항당국에 올해 동계와 하계 슬롯 회수 유예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의 경우 우리나라가 국내 공항의 슬롯 회수를 유예하면 대만 측도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일부 해외 공항에서도 슬롯 회수 유예 의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