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 매각작업은 초기 단계다. 매각한다는 방향은 정해졌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산’은 가격이다.

유통회사들은 이베이코리아가 ‘매력적인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이라는 데는 대부분 동의한다. 10년 이상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1등 지위를 유지했고, 온라인에서 다른 회사들이 전부 적자를 낼 때도 꾸준히 이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5조원이란 매각가를 ‘정당화’하는 데 이런 요인이 충분한 것인지는 논란이 있다.

롯데의 경우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e커머스 사업을 전부 다 합친 롯데쇼핑의 기업가치(시가총액)가 현재 2조7610억원(3일 종가 기준)에 불과하다. 롯데쇼핑 두 개를 살 정도의 돈을 지급할 만큼 이베이코리아가 매력적인 회사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롯데 관계자는 “국내에서 e커머스의 기업가치가 너무 부풀려져 있는 것 같다”며 “1~2년 지나면 거품이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의 정체된 실적도 부정적 변수로 꼽힌다. 이베이코리아는 최근 3년간 거래액이 연 16조원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출은 2017년 9518억원, 2018년 9811억원 등 엇비슷했다. 이익은 감소하고 있다. 2015년 801억원이던 영업이익이 2018년 48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익률은 2015년 10%에서 2018년 4.9%로 내려갔다.

쿠팡, 마켓컬리 등 ‘신흥 강자’들이 치고 올라가는 동안 이베이코리아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쿠팡의 거래액은 지난해 약 15조원까지 늘어났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갔다.

이베이코리아에 앞서 매각을 시도한 e커머스기업의 인수합병(M&A)이 어려움을 겪은 적도 있었다. SK그룹은 2017년 11번가 지분 매각에 나섰다가 실패한 바 있다. 지분을 인수하려던 롯데 신세계 등이 “경영권까지 팔라”고 요구했으나 SK가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년에 매물로 나온 티몬도 매각 작업이 원활하지 않다. 티몬 최대주주가 기대하는 가격과 롯데가 원하는 가격의 차이가 큰 것이 주된 이유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쇼핑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매각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이 한 단계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