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속 병원들, 독감 수준이라더니
치사율 급등...“기저 환자엔 치명적”
치료제 없는 게 문제... 격리만이 해법
방역업체 직원이 지난달 25일 울산시 북구 모 회사 앞에서 건물을 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업체 직원이 지난달 25일 울산시 북구 모 회사 앞에서 건물을 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립중앙의료원 측은 지난달 11일 “현재까지 확인된 코로나19 증상은 심한 독감과 비슷하고 전파력도 유사하거나 조금 높은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중증도 자체가 굉장히 낮다”고 분석했지요.

국립암센터의 모 교수는 같은 달 14일 인터뷰에서 “코로나 증상이 너무 가볍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이 코로나에 걸려 죽을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초기 대응을 잘못했던 게 얼마나 큰 지 뼈저리게 느꼈고 당시 너무 충격이었다”며 “코로나19는 앞으로 잦아들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도 틀릴 정도로, 감염병의 미래 예측은 이처럼 어렵습니다.

이런 기류가 있었기 때문인지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날 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가 머지 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일상으로 돌아가도 된다는 판단에서 한 말”이라고 부연했지요. 불과 보름 전 일어났던 일입니다.

우리나라 코로나19의 하루 확진자 수가 연일 중국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어느새 누적 기준 4000명을 훌쩍 넘었지요. 정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상황입니다. 조만간 1만명을 돌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이 코로나19 검사를 신속히 진행하는 게 사실입니다만, 그건 확산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입니다. 누적 확진자 수가 8만여명에 달하는 중국 역시 초기 대단위 검사를 진행했지요.

두려운 점은 치사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겁니다. 초기 1~2%선이던 전세계 치사율이 현재 3.4%로 치솟았습니다. 100명당 3~4명이 손쓸 새 없이 사망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치명적 독감으로 꼽혔던 신종 플루의 경우 치사율이 0.02~ 0.05%에 그쳤지요.

전염병 전문가인 미국 하버드대의 마크 립시치 하버드대 교수는 “코로나19는 결국 억제하기 힘들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1년 내 전세계 인구의 40% 이상이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보건 당국은 조금 전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내 코로나19의 치명률은 0.5%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평소 건강했던 사람들이 대거 포함된 모집단 기준입니다. 기저질환자(‘지병’을 갖고 있는 환자)에게 치명적인 코로나19의 특성이 간과됐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죠.
고해상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의 모습. 연합뉴스

고해상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의 모습. 연합뉴스

건강한 사람에게는 ‘독한 감기’ 정도이지만, 고혈압 당뇨 심장병 암 호흡기질환 등 평소 다른 병을 앓아온 사람의 경우 치사율이 10% 안팎으로 급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한감염학회 등이 참여한 범학계 코로나19 대책위원회는 “노인과 만성 질환자 등 취약집단에선 위중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60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코로나19 사망자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내가 이 분야에서 30년 넘게 환자를 봐왔지만 코로나19 폐렴 환자의 폐는 매우 독특했다”며 “폐가 모두 하얗게 변해 깜짝 놀랐는데도 환자는 별로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정한 경우 사망률이 높아지는데 30대의 젊고 기저 질환이 없는 환자도 사망하고 있다”며 “그 이유는 아직 모른다”고 했습니다.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높은 건 치료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에이즈와 에볼라, 신종 플루 치료약이 일부 효능을 보였다는 게 전부입니다. 미국 등에서 다음달쯤 코로나19 백신이 임상 시험에 들어가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수 개월이 걸립니다. 올 겨울은 돼야 코로나19 백신이 나올 것이란 게 중론입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처럼 전염력이 극도로 빠를 경우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확진자 수가 1만명을 넘어가면 공멸할 수 있는 만큼 지금은 방역(사회 격리)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스크의 예방 효과도 기대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미 휘트워스 런던 보건대학원 교수는 “마스크 효과는 여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며 “자신이 감염되는 걸 막기보다 자기가 지닌 바이러스를 남에게 전파시키지 않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스크를 ‘제대로’ 쓰는 게 쉽지 않고, 코로나19 병원균이 입이나 코 대신 눈(점막)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어떤 이유에서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사회 생활을 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습니다. 기저 질환을 갖고 있는 취약자들을 위해 당분간은 반드시 써야 합니다. 확진만 받지 않았을 뿐이지 무증상 감염자가 의외로 많을 수 있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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