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운반선.  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운반선. 대우조선해양 제공
지난달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인 클락슨은 올해 주요 선종별 물동량 증가율 전망치를 0.2~3.4%포인트 내렸다. 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원자재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전망치가 소폭 하향 조정됐음에도 업계 표정은 어둡지만은 않다. 한국 조선업체들이 경쟁우위에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로 인한 선박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봐서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미·중 무역분쟁이 불거지며 세계 상선 발주량이 40% 줄었지만 LNG선 발주는 늘었다”며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영향으로 업황 회복이 2~3개월 늦춰지겠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카타르 등에서 대규모 발주 예상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지난 1월 올해 선박 발주 규모가 전년보다 약 28% 증가한 770억달러(약 9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조선업체들의 주력 선종인 LNG선 발주는 올해 약 60~70척으로 지난해(40척)보다 20~25% 늘어날 것으로 이 연구소는 전망했다. 작년 한국 업체들은 세계 LNG선 발주량 중 80%를 차지했다. 이 중 중국과 러시아의 자국 발주를 제외하면 사실상 100%를 한국 업체들이 독식했다.
쏟아지는 LNG船 발주…한국 '조선 빅3'에 집중
업계에서는 작년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미뤄진 LNG선 발주가 올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타르, 러시아, 모잠비크 등에서 굵직한 LNG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어 여기에 필요한 LNG선 발주도 기대된다. 클락슨은 이들 국가에서 진행 중인 5개 프로젝트의 LNG선 수요만 100척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카타르 국영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QP)은 작년 5월 LNG선 최대 100척을 차례로 발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물량이 올해 집중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카타르에서는 조선 ‘빅3’로 불리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고루 수주하고, 러시아에서는 삼성중공업과 러시아 업체 즈베즈다가 공동 수주하는 것이 유력해보인다”고 분석했다.

○환경규제 영향 가시화

올해 시행된 IMO 환경규제에 따라 선주들은 선박 연료의 일반해역 내 황 함유량은 0.5% 이하(기존 3.5%), 배출규제해역에서는 0.1% 이하를 준수해야 한다. 황산화물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선박용 오일을 저유황유로 바꿔야 한다. 아니면 기존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하거나, LNG선으로 교체하는 방법이 있다. 조선업계는 해운사들이 잔존가치가 낮은 노후선에 스크러버를 장착하는 대신 LNG선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NG선을 운영하면 황산화물배출 규제뿐 아니라 탄소배출 규제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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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하반기부터 IMO 규제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싱가포르에선 지난해 9월 저유황유 판매량이 2018년 대비 192.5% 급증했다. 이런 움직임과 함께 LNG선 발주도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IMO 황산화물 규제 이행률은 올해 80%, 내년 90%, 2023년 100%로 전망된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연구소 연구원은 “선주들이 올 상반기에 환경규제 효과를 확인한 뒤 하반기부터 발주에 적극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