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밀어붙이기 정책 부작용

생산량 10% 이상 수출 금지
中에 제품 못줘 원자재 끊겨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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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강력한 공급 대책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못 구했다’는 시민들의 아우성이 그치지 않는 가운데, 최근 들어 마스크 생산마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마스크 제조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막무가내식으로 정책을 밀어붙인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마스크 부족' 아우성인데…생산량마저 줄었다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스크 생산 신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24~29일 하루평균 마스크 생산량은 1060만 장으로 집계됐다. 이전 주인 17~22일의 하루평균 생산량(1165만 장)보다 100만 장 정도 줄었다. 특히 정부의 마스크 공적 판매 정책이 시행된 지난달 26일 이후 감소세가 뚜렷하다. 지난달 25일 1259만 장을 기록했던 마스크 생산량은 26일 1011만 장으로 뚝 떨어졌고 27일(1063만 장), 28일(1165만 장), 29일(707만 장)에도 이전 생산량에 못 미쳤다.

마스크 제조업체 사이에선 ‘생산량 10% 이상 수출 금지’ 조치가 악영향을 끼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들은 마스크 핵심 소재인 원단 부직포 ‘MB(melt blown) 필터’의 약2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업체는 중국과 ‘원자재를 공급받는 대신 완제품 일정량을 중국에 제공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마스크 유통업체 A사의 한 관계자는 “수출 제한 조치로 중국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회사는 원자재 공급이 끊기면서 마스크 생산에도 차질이 생겼다”며 “소규모 제조업체의 10% 정도는 공장을 제대로 못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질책 이후 기획재정부 공무원 64명이 현장점검에 나섰지만 “설익은 정책을 강행해 놓고 이제 현장을 돌면 뭐하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생산량 50% 이상 공적 판매처 납품’ 조치도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다. 경기도의 마스크 제조업체 B사의 관계자는 “기존 거래처와의 계약을 끊지 않고 공적 판매처 납품 할당량을 지키려다 보니 생산에 과부하가 걸려 일부 시설이 고장났다”고 호소했다. 소송 위험에 노출된 회사도 있었다. 강원도의 마스크업체 C사는 “공적 판매처 공급 물량을 맞추려고 기존 거래처 계약을 해지했는데 ‘마스크를 공급하지 않으면 소송을 걸겠다’고 나와 난감하다”고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업체를 지원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마스크 생산 능력 자체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마스크 공장을 최대로 가동해도 하루 1200만 장이 한계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5200만 명에 이르는 인구가 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날 공적 판매량(588만 장)을 포함해 1000만 장이 넘는 마스크가 시중에 풀렸지만 품귀 현상은 해소되지 않았다. 서울 장안동에 사는 차복민 씨(81)는 “동네 농협하나로마트에서 마스크를 사려고 두 시간을 기다렸지만 허탕을 쳤다”며 “정부가 마스크 수급 문제를 빨리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민준/나수지/배태웅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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