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입국제한·격리 70여개국 속출…해외출장 사실상 원천봉쇄
"현지법인 주재원도 감염자 취급…바이어들 만나기 꺼려해"

업계팀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악화가 기업들의 해외영업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들이 속출하고 입국하더라도 격리 조치당하는 사례들이 속속 나와 사실상 해외출장이 원천봉쇄됐기 때문이다.

한국 여행경보 격상으로 외국 기업들의 한국 방문 역시 제한되고 있다.

심지어 해외에 진출한 현지법인의 한국인 주재원들도 감염자 취급을 당하며 바이어로부터 외면받는 사례도 나온다.

'한국인 경계' 기업들 해외영업 타격…"출장 올스톱·미팅 취소"

◇ "입국에 성공해도 2주 격리"…기업들, 해외출장 줄줄이 취소
1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감염 위험이 높은 중국으로 출장을 자제했지만, 최근에는 한국에서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해외출장길 자체가 막혔다.

이에 따라 해외영업이 주된 업무인 종합상사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출장뿐만 아니라 해외 바이어 초청도 차단됨에 따라 당분간 신규 영업이 중단돼 기존 거래처만 유지되는 상황이다.

삼성물산은 중국 후베이성 출장을 금지한 데 이어 임직원의 해외 출장을 잠정적으로 제한했다.

불가피하게 출장을 가야 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출장지 현지와 인사팀 합의를 거치고 내부 결재를 받아야 한다.

또한, 외부 고객 미팅은 가급적 줄이고 전화나 컨퍼런스콜 등을 활용하도록 했다.

LG상사는 국내외 위험지역은 출장을 금지하고 현지 주재원이 국내로 들어오는 것이나 해외 사업장 간 방문도 가급적 자제하도록 했다.

대형 종합상사 관계자는 "입국제한이 아닌 국가라도 격리 조처되는 경우가 있어 해외 출장을 줄줄이 취소했다"며 "통상 팀별로 월간 출장이 20여건 정도지만, 3월 출장 계획은 0으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럽과 동남아 지역의 해외지사 주재원들도 현지에서 '코로나'라고 불리며 감염자 취급을 당하는 사례들도 보고되고 있다"며 "현지 거래업체들이 뚜렷한 이유를 대지 않고 방문을 거절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못지않게 교류가 많은 베트남도 한국인 입국을 제한함에 따라 기업들의 해외영업 활동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인 경계' 기업들 해외영업 타격…"출장 올스톱·미팅 취소"

실제로 베트남 주재원 커뮤니티에서는 현지 모 기업이 안내한 한국인의 방문 사전 승인서에 '베트남 입국 후 14일 이내 당사 방문은 불가능하다'고 고지한 것이 공유되고 있다.

베트남 현지법인 관계자는 "현재 입국자는 여행이건 출장이건 비자 종류에 상관없이 격리되고 있다"며 "일부 한국 회사가 건강진단서와 노동비자만 있다면 출장이 가능하다며 출장을 종용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격리될 뿐만 아니라 현지 기업들도 한국인의 방문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는 입국제한 조치에 따른 단기적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제품 생산을 위한 라인 설치도 완료된 상황"이라며 "다만, 장기화한다면 영향이 없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해외 바이어 만날 기회 차단"…국제 전시회들도 취소 잇따라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중국을 추월하면서 해외 기업들의 방한 일정들도 잇따라 취소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버지 등 미국 언론들은 구글과 아마존 등이 코로나19가 확산한 한국을 비롯해 이탈리아, 이란, 일본 등으로 출장을 제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아마존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4월 말까지 출장 미팅 일정을 잡지 않도록 했다.

'한국인 경계' 기업들 해외영업 타격…"출장 올스톱·미팅 취소"

국내 기업들이 해외 고객사와 공급 계약을 맺거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국내로 초청해야 하지만 기회가 차단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국의 코로나19 사태 악화에 따른 비즈니스 차질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며 "구체적 사례를 언급하기 곤란하지만, 비즈니스 미팅이 많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 직원들이 속속 확진자로 판정되거나 확진자와 밀접촉해 사업장을 폐쇄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외국 기업들을 초청할 여력도 없는 실정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 코로나19 감염을 막고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외 출장을 가급적 제한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해외 바이어들이 만나기를 꺼리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해외 관련 업무는 화상회의나 서류 검토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두산밥캣과 같이 미국에 주요 사업장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화상회의나 컨퍼런스콜 등 비대면 회의로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불가능하다고 업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타이어 업계 한 관계자는 "새로 거래를 시작하는 경우에는 국내 공장을 확인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한 데 지금은 그런 업무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며 "대기업들은 당분간 버틸 수 있지만, 판로를 뚫어야 하는 중소기업들이 고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경계' 기업들 해외영업 타격…"출장 올스톱·미팅 취소"

아울러 코로나19가 전 세계적 유행으로 확산하면서 제네바모터쇼가 취소되는 등 해외 비즈니스가 타격을 받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제네바모터쇼가 취소돼 배터리 회사들이 전기차 업체 바이어를 만날 기회도 사라지게 됐다"며 "베이징모터쇼는 무기한 연기됐고 4월 2일 개막 예정인 국내 EV 트렌드 코리아에도 해외 참가 기업이 줄어들면 프로모션과 협력이 줄어들게 된다"고 우려했다.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지에 현장이 많은 대형 건설사들은 당장 현장 운영에는 문제가 없지만 입국 금지 등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인력 수급 등에 애로를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장 상황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 추가 인력을 투입해야 하고, 현지 근무자들이 국내로 휴가도 나와야 한다"며 "입국 문제가 장기화하면 인력을 보낼 수도 없고, 한 번 들어온 휴가자들도 언제 재입국이 가능할지 알 수 없으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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