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여러분과 해당 시민단체,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삼성이 28일 과거 미래전략실이 임직원의 시민단체 기부금 후원내역을 무단으로 열람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최근 출범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요구를 받아들인 첫 조치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17개 삼성 계열사들은 이날 공식 사과문을 통해 "임직원이 후원한 10개 시민단체를 '불온단체'로 규정하고 후원 내용을 동의 없이 열람한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될 명백한 잘못이었음을 인정한다"고 했다. 이어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영진부터 책임지고 앞장서서 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철저히 성실하게 이행해 내부 체질과 문화를 확실히 바꾸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혐의 재판에서 삼성 미래전략실이 진보성향 시민단체를 불온단체로 분류하고, 계열사 임직원이 이들 단체에 후원한 내용을 파악한 사실이 검찰을 통해 확인됐다.

삼성의 윤리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독립기구로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는 지난 13일 회의에서 시민단체 기부금 후원내역 무단열람 건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이 사건은 준법감시위가 설립되기 전에 일어났고, 이미 책임자에 대한 사법절차도 진행되고 있어 엄밀히 따지면 준법감시위가 판단할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준법감시위가 강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삼성 경영진이 이를 수용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임직원들에게도 회사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며 "그동안 우리 사회와의 소통이 부족해 오해와 불신이 쌓였던 것이 이번 일을 빚게 한 원인이 되었다는 점 또한 뼈저리게 느끼며,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시민단체와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교류를 확대해 국민의 눈 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부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준법감시위가 첫 성과를 내면서 앞으로 삼성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삼성은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보상에 대한 중재위원회의 중재안을 이견없이 수용했다. 삼성전자서비스협력사 직원들의 정규직화 요구도 받아들였으며, 과거 노사관행에 대해서도 공식 사과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1위 기업에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