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세대 공략한 시코르, 세포라에 판정승…3년새 매장 30개로 빠르게 확장
지난해 10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를 냈다. 당시 화장품업계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의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를 세포라의 대항마로 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전 세계 3400여 개 매장을 둔 세포라의 브랜드 파워에 시코르가 도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세포라보다 시코르에 높은 점수를 줬다. 시장조사업체 오픈서베이가 지난 7일 발표한 ‘2020 뷰티 트렌드’에 따르면 20~40대 여성 소비자들의 시코르 만족도가 세포라보다 더 높았다. 한 20대 여성은 세포라에 대해 “외국 브랜드만 너무 많아 제품을 고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데 성공한 시코르는 매장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2016년 대구에서 처음 매장을 낸 시코르는 3년 새 점포 수를 30개까지 늘렸다. 올해에만 점포 수를 4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시코르가 인기를 끄는 배경에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있다. K뷰티로 입소문을 탄 한국 브랜드를 대거 입점케 했다. 파뮤 클레어스 디어달리아 헉슬리 등 다양한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시코르에 들어왔다. 다른 매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브랜드다. 이런 개성 있는 국내 브랜드가 시코르의 전체 화장품 중 절반을 차지한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에서는 시코르를 두고 ‘한국 화장품과 함께 세계 모든 화장품을 모아놓은 곳’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온다.

화장품 체험존도 시코르의 인기에 한몫했다. 화장 도구를 사용해 화장품을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각 점포에 있는 ‘메이크업 셀프바’와 ‘헤어 셀프바’에서 소비자들은 방해받지 않고 화장품을 사용할 수 있다. 브러시, 고데기 등 다양한 화장 도구들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여성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시코르는 남성 소비자 공략에도 적극 나섰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홍대점에는 20대 남성 소비자를 겨냥한 ‘그루밍 존’을 조성했다. 그루밍 존은 남성 화장품을 한데 모으고, 소비자들이 직접 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게 꾸며놓은 공간이다. 헤어제품, 향수, 기초 화장품 등 남성용 제품을 항목별로 나눠놓은 것이 특징이다.

시코르 관계자는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밀레니얼 세대를 적극 공략한 것이 통했다”며 “SNS용 인증 사진을 찍는 공간도 늘려 시코르를 ‘뷰티 놀이터’로 만들 것”이라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