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마스크 대책 우왕좌왕

물량 충분한가?
28일부터 판매?
줄서기 계속?
< 마스크 구매 ‘헛걸음’ > 대구 신암2동 우체국 관계자가 27일 마스크를 구입하러 우체국을 찾은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팔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 마스크 구매 ‘헛걸음’ > 대구 신암2동 우체국 관계자가 27일 마스크를 구입하러 우체국을 찾은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팔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조모씨(38)는 27일 아침에만 농협하나로마트와 약국, 우체국 다섯 곳을 들렀다. 이날부터 마스크 500만 장을 이들 장소에 공급한다는 정부 발표를 접한 뒤 식구 네 명의 방역용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허탕이었다. 그는 “어제도 약국과 우체국을 다섯 곳이나 돌았는데 겨우 두 장밖에 못 샀다”며 “국민을 상대로 희망 고문을 하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설익은 대책 발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신음하는 국민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5일 △국내 마스크 생산량의 90%를 내수용으로 공급하고 △생산량의 50%는 농협하나로마트·우체국 등 공적 판매채널에서 팔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튿날인 26일은 물론 이날도 마스크 판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많은 시민이 헛걸음을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28일부터는 마스크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게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 ‘공염불’이 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마스크 제대로 공급될까

‘코로나19 포비아’에 질린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정부 공언대로 28일부터는 약국·농협·우체국 등에서 마스크가 제대로 판매되는지 여부다. 공적 판매 물량 중 대구·경북지역과 의료진 등에 배정된 물량(150만 장)을 빼고 약국·농협·우체국에 풀리는 공급량은 하루 350만 장이다.

마스크 푼다더니 현실은 딴판…시민들 "희망고문하냐"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들 공적 판매처가 마스크 생산업체들과 새로 납품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여기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게 기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농협 관계자는 “100개가 넘는 마스크 생산업체와 일일이 납품 계약을 맺어야 한다”며 “수많은 계약을 하루아침에 뚝딱 체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도 “약국 물량 240만 장을 온전히 판매하려면 다음주 초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마스크 수급안정 브리핑에서도 정부가 28일 판매를 장담한 물량은 약속했던 350만 장이 아니라 97만 장(대구·경북 제외)이 전부였다. 시민들의 허탕이 당분간 계속될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공적 판매처 놓고 시끌시끌

공적 판매처에 350만 장이 공급돼도 문제는 남는다. 마스크 구입 수량 제한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한 사람이 공적 판매처에서 살 수 있는 마스크를 5장으로 한정했다. 하지만 한 사람이 여러 매장을 돌면서 5장씩 구매하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심지어 한 사람이 같은 매장을 시차를 두고 방문해 구입해도 막을 길이 없다.

일부 소비자들의 ‘사재기’를 막지 못하면 마스크 부족 현상은 해소되지 않는다. 판매 수량 제한을 제대로 시행하려면 각 매장에서 소비자 개인정보를 확인한 뒤 다른 매장과 즉시 공유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대만이 이렇게 하고 있다.

공적 판매 물량 자체도 충분치 않다.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이틀에 하나씩 사용해도 하루 1250만 장이 필요하다. 공적 판매 물량(500만 장)은 턱없이 모자란다.

정부는 “민간 판매처용 물량도 500만 장가량 있는 만큼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정상적으로 유통될 때나 가능한 얘기다. 그동안 정부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미신고 수출, 매점매석 등이 횡행한 탓에 시장에 마스크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다.

마스크 사느라 코로나 걸릴라

공적 판매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할 가능성도 있다. 공적 판매 마스크 가격은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일반 마스크보다 절반가량 낮게 책정된다. 농협·우체국은 1000원 이하, 약국은 1500원 이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 사는 우모씨(32)는 “사람들이 가격이 싼 농협·우체국 등에 몰려서 긴 시간 대기해야 할까 걱정된다”며 “사람들이 많은 데 있으면 코로나19 감염 위험도 커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불편과 우려를 해소하려면 공적 판매처를 늘려야 한다. 편의점과 온라인쇼핑몰 등이 대표적이다. 전국 편의점은 약 4만 곳으로 약국(2만4000곳)보다 많다. 24시간 운영하는 것도 강점이다. 온라인으로 마스크를 사면 사람들과 접촉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정부는 편의점은 공적 판매처에서 제외했다. 온라인쇼핑몰의 경우 “추후 여유가 있으면 공적 판매 물량을 공급할 것”이라고만 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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