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에 탄 채 코로나 검진 > 27일 대구 남구 대명동 영남대병원 선별진료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이 진료소 내에서의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차에 탄 채 진료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차에 탄 채 코로나 검진 > 27일 대구 남구 대명동 영남대병원 선별진료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이 진료소 내에서의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차에 탄 채 진료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포항에 거주하는 18세 여성과 경주의 27세 남성, 대전의 20대 여성 등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모두 신천지 교단과 관계가 없고 중국을 다녀온 경력도 없었다. 공통점은 지난 13일에서 15일 사이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에 다녀왔다는 것이다. 31번 환자의 확진을 기점으로 코로나19가 대구에서 본격 확산된 18일 이전이다. 감염병 유행 시기에 번화가를 드나드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준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취합한 확진자들의 동선과 감염 경로를 분석해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일상 행동 지침을 정리해봤다.

지역감염 사례 어떻길래

27일 코로나19 확진자가 1600명을 넘어서며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도 늘고 있다. 경기 김포와 부천, 충북 청주 등에서 감염원을 추적할 수 없는 확진자가 잇따라 나와 지자체와 방역당국의 애를 태우고 있다.

대구 동성로 감염자들은 번화가 방문이 집회 또는 행사 참여 이상으로 감염병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포항 여성과 경주 남성은 하루 저녁 동성로에서 친구를 만났을 뿐이지만 그사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전 여성은 동성로 코인노래방에서 타인의 입김이 닿는 마이크를 사용한 것이 감염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들이 방문했던 시기에는 대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없었다는 점에서 확진자가 적거나 없는 지역이라도 방심할 수 없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보다 중요한 건 가능한 한 집 안에 머물며 타인과의 접촉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중국 등 코로나19가 발생한 지역을 최근 여행한 이들과의 접촉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인천에서 확진판정을 받은 50대 A씨는 중국이나 대구를 방문한 적도 없고 신천지 신도도 아니다. 하지만 서울시 소속 문화관광해설사로 중화권 관광객을 대상으로 활동해왔다.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경복궁과 용산 전쟁기념관 등에서 중화권 관광객과 접촉한 뒤 31일부터 발열이 나타나 이달 중순 코로나19로 진단받았다.
공기 위에서 아래로 유입돼 항공기내 감염 불가?…"전파 가능성 있다"
“증상 시작 때 바이러스 더 많이 배출”

“비행기 내에서는 감염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등의 말도 맹신해서는 안 된다. 비행기에서는 공기가 위에서 아래로 유입돼 인접한 사람으로부터 감염되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4일 서울 송파구에서는 이스라엘 성지순례자들과 같은 비행기를 탔던 B씨가 확진판정을 받았다. 운항 중에는 감염 가능성이 낮더라도 공기 순환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는 이륙 전 또는 착륙 직후, 출입국 심사 과정 등에서 감염된 것으로 분석된다.

감염될 만한 계기가 없더라도 감기 증상이 지나치게 오래 나타나거나 호흡기 통증이 심하면 적극적으로 코로나19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대구와 경북지역에서는 정부의 코로나19 우선 검진 대상에 올라 있지 않다가 뒤늦게 확진판정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주의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에서는 지난 4일부터 감기 증세에 시달리던 직원의 코로나19 감염이 25일에야 확인됐다. 경주 시내 이비인후과와 내과 등을 전전하다 부산 종합병원에 가서야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었던 탓이다.

의료계에서도 코로나19 관련 상식이 뒤집히고 있다. ‘감염병은 잠복기에는 잘 옮기지 않는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24일 세계적 학술지 란셋에 올라온 코로나19 환자 사례분석 보고에 따르면 증상이 시작되기 하루 전부터 환자의 가래 등 검체에서 많은 양의 바이러스가 나왔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잠복기에 전파력이 있다는 그간의 주장에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코로나19가 유전자 변이를 거쳐 독성과 감염력이 높아진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질병관리본부가 국내 초기 코로나19 환자 6명의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을 했더니 미국 중국 일본 등 16개국 환자에게서 얻은 103개 유전자와 99.89~100% 일치했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돌연변이 때문에 코로나19의 독성이 갑자기 변하거나 국내 유전자 검사 등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의미”라고 했다.

노경목/이지현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