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하루 수 백명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응이 뒷말을 낳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진정한 한국의 우방인지가 확인됐다는 것이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한국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고 일축했습니다. 다만 “적절한 때가 되면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은 인도 국빈 방문을 마친 직후인 오후 6시30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열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한국 등)은 그들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으니 우리는 우리나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지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코로나19에 강타를 당했고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라며 “중국에서 일어난 일이 분명하지만 (확진자 증가율 등이) 내려가기 시작했으니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또 “우리는 코로나19와 관련한 만일의 사태에 잘 대비하고 있다”며 “미국인에 대한 코로나19 위험은 여전히 매우 낮다”고 평가했지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기자회견에선 한국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24일 자국민의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최고 단계인 3단계(불필요한 여행자제)로 격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번에 한국인들의 입국을 막지 않은 겁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선 다른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달 2일 ‘최근 2주간 중국을 다녀온 모든 외국 국적자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전격 발표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금처럼 전세계로 확산하기 이전부터 중국인 입국을 원천 봉쇄했던 겁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지금까지 60명에 그치고 있지요. 중국 내 확진자(7만8497명)와 비교할 수 없는 숫자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한국에 대한 중국의 조치는 상당히 차이를 보였습니다. 한국 내 확진자가 금주 들어 급증하자 사전 통보도 없이 고강도 입국 통제 조치를 내렸지요. 각 지방정부 차원에서 공식 발표도 없이 한국인 여행객들을 2주간 격리하고 있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중국 조치가 과도하다”고 항의했으나 “외교보다 더 중요한 게 방역”이라는 게 중국 측 반응입니다. 중국 관영언론인 환구시보는 “중국으로 오는 한국과 일본 입국자에 대한 격리는 절대 차별 대우가 아니다”고 주장했지요. 중국 지린성 옌지공항은 중국으로 오는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가장 먼저 취해 중국에서 칭찬을 받았습니다.

우리 정부가 끝까지 중국에 대한 입국 금지를 하지 않고 있지만, 환구시보는 같은 사설에서 “중국은 다른 나라가 국경 폐쇄나 제한 조치를 취했다고 상대방을 증오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우리 정부의 당초 계산과는 영 다른 반응입니다.

우리 정부는 오늘도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에 대한 입국 제한은 없다. 최근 확진자 발생 상황을 보면 (중국보다) 지역사회 전파가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중국인 입국자가 이미 80% 이상 급감한 만큼 유입 억제 효과는 이미 발생한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정부 내부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입국 금지가 이미 늦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별 실익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 심기만 건드릴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며 친근감을 표시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 확인됐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