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일반 천일염의 물과 불순물을 빼고 침전·정수처리하면 점차 맑은 소금물이 나온다. 이렇게 만든 고농도 염수를 재처리해 만든 솔리나의 소금 ‘자오’(오른쪽 2개 제품)
왼쪽부터 일반 천일염의 물과 불순물을 빼고 침전·정수처리하면 점차 맑은 소금물이 나온다. 이렇게 만든 고농도 염수를 재처리해 만든 솔리나의 소금 ‘자오’(오른쪽 2개 제품)
“몸에 좋다는 천일염에도 불순물과 미세플라스틱이 다량 포함된 거 아십니까? 이걸 없애보자고 새 공법을 개발한 겁니다.”

김규태 솔리나 대표는 최근 전남 영암 식품특화산업단지에서 기자를 만나 “이젠 소금도 바람과 햇볕, 자연이 만들었다고 두루뭉술 말할 수 없는 시대인 만큼 과학적인 생산공법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솔리나는 5년여 연구 끝에 ‘자오’라는 브랜드의 신개념 재처리 천일염을 개발했다. 최근 대량생산을 시작한 솔리나는 과자 우유 라면 등 식품 대기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솔리나의 전남 영암공장에서 김규태 대표(오른쪽)와 오세양 기술이사 겸 공장장(가운데) 등이 불순물을 제거한 고농도 천일염수로 재결정화한 천일염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  /사진=문혜정 기자
솔리나의 전남 영암공장에서 김규태 대표(오른쪽)와 오세양 기술이사 겸 공장장(가운데) 등이 불순물을 제거한 고농도 천일염수로 재결정화한 천일염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 /사진=문혜정 기자
‘청정 소금 만들겠다’

국내 서남부 갯벌의 천일염은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 하지만 해양수 오염과 노천 생산 방식으로 먼지와 흙가루, 미세플라스틱 등 불순물 유입 등의 한계가 소금업계의 발목을 잡았다. 컨설턴트 출신인 김 대표와 오양세 기술이사(공장장)가 의기투합했다. 둘은 안정적인 청정 실내 설비에서 깨끗한 소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분청사기 타일(건축자재) 사업을 했던 오 이사는 타일을 굽듯 새로운 소금 제조법을 고안했다.

신안 일대에서 구입한 국내산 최고급 천일염은 총 8단계의 고도 정수·용해·살균 과정을 거친다. 뿌연 흙탕물은 물론이고 벌레와 하루살이, 바다에서 나온 미세한 플라스틱 그물망 등이 걸러진다. 정수한 고농도 소금물(순수 함수)은 특수 세라믹 소재로 만든 연속 컨베이어벨트에서 수차례 분사된다. 위에는 원적외선 히터가 소금물(함수)을 가열한다. 채 10분도 걸리지 않아 순간적으로 소금 결정체를 만드는 ‘저온급결공법’이다.

오 기술이사는 “소금은 예민해서 정화 과정에서 함부로 무엇을 첨가해도 맛과 색이 변하고 가열할 때도 온도 등이 적당해야 변형되지 않는다”며 “불순물만 없애고 고유의 천일염 맛과 미네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솔리나는 2015년 이 같은 소금 후처리 공정에 대한 특허를 신청해 2018년 등록 완료했다.

기능성 소금 등 ‘천일염 혁신’ 나서

솔리나가 개발한 공법은 소금 내 미세플라스틱 함유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 미세플라스틱을 검사하는 한국분석과학연구소의 정재학 소장은 “일반적인 소금에선 미세플라스틱이 많이 나오는데 솔리나가 생산한 소금에선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기능식품연구원의 납과 카드뮴, 수은 등 중금속 검출 시험에서도 정부 기준 이하로 합격점을 받았다.

정영복 부사장과 이선재 이사 등이 합류하면서 솔리나의 사업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1차 타깃은 소금을 대량 소비하는 국내 식품 기업들이다. 분사 재결정 방식인 만큼 녹차 성분이나 캡사이신, 함초 등을 결정체에 함유한 기능성 소금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솔리나는 소금에 자일리톨 등을 결합한 치약 등 다양한 2차 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김 대표는 “t당 250만~300만원 수준인 값비싼 해외 유명 소금 브랜드보다 맛과 영양, 위생 면에서 앞서는 국산 천일염인로 국내외 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영암=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