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 대부분 준비 미흡
"급박한 정책 발표, 모르는 곳 많아"
< 실업급여 교육도 온라인으로 > 정부는 실업급여(구직급여) 수급자의 실업인정 집체 교육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 세 번째)이 24일 서울노동청에서 ‘코로나19 대응 고용노동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 실업급여 교육도 온라인으로 > 정부는 실업급여(구직급여) 수급자의 실업인정 집체 교육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 세 번째)이 24일 서울노동청에서 ‘코로나19 대응 고용노동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우리 병원은 전화 처방 안 됩니다.” “전화 처방이 된다는 사실을 처음 듣는데요.” “아직 준비가 안 됐습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한모씨(38)는 24일부터 전화 진료·처방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이날 병원 세 곳에 연락해봤지만 모두 퇴짜를 맞았다. “세 살짜리 아이가 며칠째 감기를 앓고 있는데 병원에 데려가기 겁난다”고 호소했지만 “불가하다”는 답만 돌아왔다. 대구에 거주하는 주부 A씨(류머티즘 환자)는 “H대학병원에 전화를 걸어 수요일 진료예약이 잡혀 있는데 이메일로 처방전을 받을 수 있냐고 문의했더니 ‘직접 와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책으로 내놓은 ‘원격의료 한시 허용’이 첫날부터 파행을 겪었다. 대다수 병원이 대책을 모르거나 능력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전화 진료·처방을 거부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은 다 시행하고 있는 원격의료를 철저히 금지하다가 비상사태가 터져서야 시행하려고 하니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21일 전화만으로 진단과 처방을 받는 원격의료를 이날부터 한시적으로 허용키로 했다. 환자의 의료기관 방문으로 인한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서다. 한국의 의료법은 의사와 환자의 비대면 진료를 금지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일시적으로 규제를 푼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대다수 중소 규모 병원은 전화 진료·처방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워낙 급박하게 발표해서 대책을 모르는 병원도 많고 의협이 전화 처방을 거부하라고 권고한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전화 처방을 시도한 곳에서도 대책 취지와 다른 기형적인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대구에 사는 장모씨(66)는 “병원 한 곳이 전화로 처방까지는 해줬는데 약은 자신들이 지정한 약국에서 가져가라고 하더라”며 “그러려면 차라리 병원을 방문하는 게 나은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약품 수령 시 배송은 금지하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환자가 외출 없이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하자는 제도 취지에 안 맞기 때문이다.

대형 병원은 전화 진료·처방에 상대적으로 잘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만성질환자 위주로 전화 처방을 시행하고 있다”며 “대형 병원은 환자가 많아 2, 3차 감염이 우려되기 때문에 원격의료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날 대형 병원에서 전화로 고혈압 약을 처방받은 임모씨(58)는 “만성질환자는 평소에도 병원 방문 없이 약을 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민준/전예진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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