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안팎 '코로나19 추경'

대통령 지시에 기재부 착수했지만
"3월 중순까지 마련…시간 부족"

적자국채 발행땐 재정악화 심화
재원 마련해도 예산안 제출 '빠듯'
정부와 여당이 갈수록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나랏돈을 추가로 풀어 경제가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정부·여당의 논리다. 하지만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어디에 얼마를 써야 할지도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성급하게 돈만 풀었다가는 국가 재정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주내 예산 쓸 곳 내라니"…또 졸속 추경하나

편성작업 본격 시작

기재부는 ‘코로나19 추경’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512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을 운용하기 시작한 지 두 달도 안 된 상황에서 추경을 하는 건 너무 이르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3일 공개석상에서 “올해 예산안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추경을 논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여당과 청와대 역시 추경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지는 않았다.

추경 필요성을 가장 먼저 제기한 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었다. 여당이 추경 필요성을 제기하자 야당도 곧바로 화답했다. 나랏돈을 풀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과 산업을 살리자는 데 양당이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대통령의 ‘편성 지시’와 기재부의 ‘즉각 검토’에 이르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공장이 멈춰서고 마트·백화점·식당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마다 개점휴업하면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일파만파 커지기 시작해서다. 결국 지난 23일 민주당이 정부에 추경 편성을 공식 요청한 데 이어 미래통합당이 맞장구를 치면서 추경 논의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정부 안팎에선 추경 규모가 5조~10조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지만 기재부는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편성된 추경 규모는 11조6000억원이다. 이 중 메르스와 직접 관련 있는 예산은 2조5000억원 안팎이었다.

추경에는 대구·경북 등 피해 지역과 관광 등 피해 업종 지원책이 포함될 전망이다. 오는 28일께 발표될 단기 대책에 더해 생산 중단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 기업에 대한 추가 지원책도 담길 전망이다. 당정은 코로나19 관련 중소기업 지원 대상에서 빠진 병원 등 의료기관에 한시적으로 중기 지위를 부여해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중소기업 지위를 부여받을 병원 등 의료기관의 구체적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졸속·정치 추경’ 지적도

문제는 급박한 일정에 맞춰 막대한 규모의 추경을 제대로 편성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 요구대로 3월 17일까지 추경예산안을 제출하는 건 무리”라며 “졸속·부실 추경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으려면 철저히 사업을 구상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했다. 정부는 3조4000억원가량의 예비비와 기금운용계획 변경으로 마련한 재원을 어떻게 쓸지도 다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추경 재원을 빚을 내 조달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2017년에는 국세 예상 증가분(8조8000억원)으로, 2018년엔 2017년 예산을 쓰고 남은 세계(歲計)잉여금(2조6000억원)으로 주로 추경 수요를 메웠다. 지난해 추경 때는 적자국채를 발행해 대부분 재원을 충당했다.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작년 세계잉여금은 2조1000억원으로 2014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 중 법적으로 추경에 쓸 수 있는 돈은 일반회계에 남은 619억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성수영/오상헌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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