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에 맞지 않는 고금리 상품을 이용 중이라면 아래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최근 기자가 받은 문자의 일부분이다. ‘010’으로 시작하는 일반 휴대폰 번호로 온 이 문자는 상담 전용 번호가 따로 있다며 다른 휴대폰 번호를 안내했다. 한국씨티은행을 사칭한 이 문자는 ‘citi’로 시작하는 카카오톡 아이디도 적혀 있었다. 카카오톡 친구에 추가하니 한국씨티은행 간판을 프로필 사진으로 건 계정이 떴다.

은행을 사칭하는 스미싱 문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덜 친숙한 외국계 은행을 사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자에는 외국계 은행이라 시중은행보다 더 많은 한도를 제공하고 신용등급 10등급도 대출이 가능하다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금융사들은 일반 휴대폰 전화번호로 문자를 보내지 않는다. 은행은 마케팅 정보수신을 동의한 금융소비자에 한해 고객센터 대표 번호로 문자를 보낸다. 이런 문자에는 반드시 ‘준법감시인 심사필’ 혹은 ‘사전심의필’이라는 문구가 들어간다. 은행원 개별 카카오톡으로 상담을 하는 경우는 없다.

문자의 작은 디테일로 스미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불법 스팸 문자를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씨티은행은 ‘한국 Citi Bank’, SC제일은행은 ‘SC은행’ 등으로 교묘하게 바꿔 있는 경우가 흔하다.

은행들은 스미싱 문자가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속앓이만 하고 있다. 해당 은행에 신고를 하는 사례가 드물어 전수조사가 힘들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차원에서는 모든 스팸 문자를 파악하기가 어려워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