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민의 해외 카드 사용액이 10년 만에 감소했다. 경기 둔화에다 일본을 찾은 여행객이 갑자기 줄어든 영향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한국 거주자가 해외에서 쓴 신용·체크·직불카드 합계액이 188억9500만달러(약 22조7900억원)로 집계됐다고 21일 발표했다. 전년(192억2000만달러)에 비해 1.7% 줄었다. 연간 기준으로 해외에서 긁은 카드 금액이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0.9% 감소) 후 처음이다. 해외 카드 사용액은 우리 국민이 해외 관광·단기연수 때 쓴 카드 금액과 해외 쇼핑몰에서 결제한 금액을 모두 합해 산출한다.

해외 씀씀이가 줄어든 데는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해외 여행객 증가세가 둔화된 데 따른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작년 일본을 찾은 내국인은 559만 명으로 전년에 비해 25.9% 줄었다. 일본 방문자가 줄면서 전체 해외 출국자는 2871만 명으로 전년 대비 1만 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달러 가치가 오른 것도 해외 씀씀이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연평균 1165원70전으로 전년에 비해 65원40전 뛰었다. 팍팍해진 살림살이도 영향을 미쳤다. 국민 생활 수준을 나타내는 국민총소득은 1429조50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추세면 지난해 국민총소득 증가율은 연간 기준으로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1.6%) 후 최저치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고 있어 올해 카드 사용액도 부진할 전망이다. 국내 1위 여행업체인 하나투어는 지난달 해외여행 신규 예약이 작년 동월에 비해 50% 감소한 데 이어 이달도 80%까지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외국인이 한국에서 사용한 카드 금액은 99억1900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6.8% 늘었다. 외국인 여행객들이 한국에서 쓴 카드 금액은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본격화한 2017년(85억2100만달러)을 저점으로 회복세를 타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