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 loan prime rate)를 0.1%포인트 낮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경영난에 빠진 하이난항공(HNA)그룹은 지방정부에 인수되고 자금난에 처한 중국 기업들은 잇따라 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 쇼크' 中, 기준금리 전격 인하…홍콩은 4.6조원 부양책 급조
인민은행은 20일 1년 만기 LPR을 기존 연 4.15%에서 0.1%포인트 내린 연 4.05%로 고시했다. 1년 만기 LPR이 내려간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석 달 만이다. 인민은행은 18개 시중은행으로부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에 기반해 산정한 LPR을 보고받은 뒤 평균치를 매달 내놓는다. 그동안 기준금리 역할을 하던 1년 만기 대출금리 대신 LPR을 올해부터 기준금리로 활용하고 있다.

시장에선 이달 LPR이 인하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인민은행은 지난 17일 정책금리 중 하나인 1년 만기 MLF 대출금리를 기존 연 3.25%에서 연 3.15%로 낮췄다. MLF 금리를 인하하면 금융회사들이 더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인민은행은 MLF 금리를 조정해 LPR을 관리한다.

경기 부양을 위해 중국철도(CSR)그룹은 18일부터 전국 17개 주요 철도 프로젝트의 341개 현장에서 건설을 재개했다. 이들 사업장은 모두 CSR이 직접 관리하는 곳으로, 베이징~선양 고속철과 베이징~슝안 간 철도 등을 포함하고 있다.

중국 하이난성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HNA그룹을 인수한 뒤 자산을 다른 항공사에 매각하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하이난성 정부는 HNA 경영권을 확보한 후 자산을 중국국제항공과 중국남방항공, 중국동방항공 등에 파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HNA는 하이난항공과 톈진항공 등 14개 항공사를 거느리고 있다. 약 900대의 항공기를 보유 중이다. 중국 민항국에서 근무하던 왕젠과 천펑이 1993년 여객기 네 대로 항공업을 시작해 HNA그룹을 일궜다. 2016~2017년 대규모 차입을 통해 공격적인 해외 인수합병(M&A)을 벌여 힐튼호텔월드와이드, 도이체방크 등의 주요 주주로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400억달러에 달하는 M&A 비용 탓에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7년 하반기부터 중국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하면서 자금난에 시달려왔다. 무분별한 투자로 부채가 늘어난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타격을 받으며 재무 상태가 더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여파로 자금 사정이 나빠진 중국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도 잇따르고 있다. 화타이증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30여 개 기업이 ‘코로나19 채권’을 찍어 240억위안(약 4조1000억원)을 조달했다. 추가로 20여 개 기업은 관련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은 확보한 자금 가운데 최소 10%를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는 데 투입해야 한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이어 최근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쳐 경기 침체 속도가 빨라지자 300억홍콩달러(약 4조6200억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홍콩을 찾는 관광객은 작년 2월 하루 평균 20만 명에 달했지만 올 1월엔 10만 명 수준으로 줄었고 이달 들어선 3000명가량에 불과하다. 이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대유행했던 2003년 5월의 일평균 1만 명보다 훨씬 적은 수치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은 이날 기준금리로 사용되는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연 5.00%에서 연 4.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작년 10월 이후 넉 달 만의 인하다. 페리 와르지요 BI 총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계 경제 전망을 감안하고, 국내 경제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한 선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당초 5.1~5.5%에서 5.0~5.4%로 낮춘다”고 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