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반(反) 조원태 연합'(이하 3자 연합)의 일원인 사모펀드 KCGI의 강성부 대표가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데 대해 한진그룹이 반박에 나섰다.

한진그룹은 이날 KCGI의 기자간담회에 대해 "명확한 비전도, 세부적인 경영전략도 제시하지 못한 보여주기식 행사였다"면서 "'조현아 주주연합'(이하 3자 연합)의 근본적인 목표는 차익실현을 노리는 투기세력일 뿐"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한진그룹은 "3자 연합이 세부적인 경영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현재 그룹의 경영상황을 오도했다"며 "논리적인 근거 없이 최고경영층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으로만 일관했다"고 강조했다.

KCGI의 간담회에 대해서는 "기존에 제시했던 전략의 재탕일 뿐만 아니라, 산업에 대한 전문성도 실현 가능성도 없는 뜬구름잡기식 아이디어만 난무했다"고 일축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는 3자 연합의 주장에 대해 한진그룹은 "시장과 주주에 대한 기만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를 미등기임원으로 임명해 경영참여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한진그룹은 "3자 연합의 주주제안에서 내놓은 '이사 자격 조항 신설' 제안도 꼼수에 불과하다"며 "조 전 부사장은 항공보안법, 관세법,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3자 연합이 자격 조항에 명시하자고 한 내용에는 배임·횡령죄 등에 대해서만 이사회 이사로 선출할 수 없다고 돼 있다"고 꼬집었다.
강성부 KCGI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한진그룹의 문제와 향후 경영 참여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신경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khshin@hankyung.com
강성부 KCGI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한진그룹의 문제와 향후 경영 참여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신경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khshin@hankyung.com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경영 능력 비판도 나왔다. 지난해 12월 23일 조 전 부사장이 법률대리인을 내세워 조 회장에게 반기를 든 후 한진그룹이 공식적으로 비판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진그룹은 "조 전 부사장이 그룹의 호텔 부문을 맡아 경영을 악화시켰고, 이는 그룹 부채비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며 "'땅콩회항'으로 대한항공의 대외 이미지에도 결정적인 타격을 입힌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3자 연합이 추천한 이사 후보군의 경우 전문성, 독립성, 다양성 측면에서 위배되는 인물이 다수라고 선을 그었다.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에 대해 한진그룹은 "항공 운송·물류 경험은 전혀 없는 비전문가"라고 전했다. '자본집약적'이고 '안방사업'인 통신사업에 비해 노동집약적이고 글로벌경쟁이 치열한 항공산업을 이해하고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란 평가를 덧붙였다.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사장은 항공경영분야 종합 컨설팅회사를 설립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만큼 이해상충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의 경우 반도건설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퍼스트에서 2017년 6월까지 재직한 경력이 있어 독립성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항공산업은 외생 변수와 트렌드에 민감한 산업인 만큼 경영진이 업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빠른 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한진그룹은 강조했다. 얼라이언스 등 동맹, 항공기 및 엔진 등 제작사와 같은 전문가 그룹과의 긴밀한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도 필수란 설명이다.

한진그룹은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석태수 한진칼 대표, 대한항공의 우기홍 사장과 하은용 부사장, 최정호 진에어 대표 등은 유관 경력 30년 이상의 전문가들로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는 전했다.

강 대표가 간담회에서 과거에 투자를 잘못한 부분이 많았다며 한진해운 인수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자승자박'이라고 일침을 놨다.

한진그룹은 "(강 대표가) 한진그룹의 총체적 경영실패 사례로 '한진해운'을 언급했는데, 오히려 이는 3자 연합에서 사내이사 후보로 내세운 인물들, 즉 유관 산업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경영진이 경영을 맡아 상황을 오판했을 때 생기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사례"라고 비꼬았다.

이어 "한진해운의 경우 금융전문가를 전문경영인으로 선임했지만, 해운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 업황을 오판해 고가의 용선 계약 등 대규모 선박 투자를 감행했다"며 "단기 성과를 위해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무리하게 부채를 차입해 차입구조를 비정상적으로 만드는 등 근시안적 조치에만 몰두해 결국 한진해운이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대표가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을 경영 실패의 예로 든 데 대해서도 "항공산업의 특성도 모르는 아마추어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한진그룹은 "항공업종은 항공기를 도입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타 산업에 비해 부채비율이 높은 특성이 있다"며 "항공기와 엔진은 유동성이 매우 큰 자산으로 현금화할 수 있지만 안정적인 운영과 성장을 위해 항공기 보유 전략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부채비율이 다소 높아진 이유는 리스회계기준 변경(운용리스의 부채 반영)과 환율 상승에 따른 것"이라며 "오히려 환율효과를 제외하면 순차입금은 수천억원이 감소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회계기준을 오도하고, 타 기업과 금융기관에서도 활용하는 영구채 발행을 부정하는 것 자체가 억지"라고 비난했다.
강성부 KCGI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한진그룹의 문제와 향후 경영 참여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신경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khshin@hankyung.com
강성부 KCGI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한진그룹의 문제와 향후 경영 참여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신경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khshin@hankyung.com
한진그룹은 3자 연합에 대해 '단기 성과만 바라보는 투기세력'으로 정의하며 주주에게 장기 관점의 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한진그룹은 "3자 연합의 근본적 목표는 '차익실현'을 노리는 투기세력일 뿐 국내 기업의 중장기적 발전과 사회적 가치의 추구라고 볼 수 없다"며 "차익을 남기고 '먹튀'하면 결국 피해자는 기업, 기업 구성원, 개인투자자 등 소액주주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차익만을 노린 사모펀드 등의 경영권 위협은 한진그룹의 중장기적 발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명확한 비전과 전문적인 경영 능력,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갖춘 조 회장 체제가 장기적인 투자가치 측면에서는 훨씬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3자 연합은 한진칼 지분 5.02%를 추가로 확보했다.

반도건설의 계열사인 대호개발과 사모펀드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 지분 5.02%를 장내매수를 통해 추가 매입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이에 3자 연합의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32.06%에서 37.08%로 높아졌다. 조 전 부사장과 반도건설 계열사, KCGI는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는 공동보유계약을 맺은 상태다.

다만 추가 확보 지분은 지난해 12월26일 주주명부가 폐쇄된 후에 매입한 것으로 다음달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서는 의결권이 없다.

앞서 강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임시 주총은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주총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며 자신한 바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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