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농수산물 유통기업은 지난 19일 이집트의 대형 유통회사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중국산 농산물 수입이 금지돼 대체할 농수산물 거래처를 찾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집트서 한국산 생강 '애타게' 찾는 까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산 농산물을 대량 수입하던 국가에 비상이 걸렸다. 중동 지역 음식에 많이 쓰이는 생강 등 향신료를 중국에서 구매하던 바이어들은 대체 농산물을 한국에서 찾고 있다. 일본산은 방사능 안전 우려가 큰 데다 가격이 한국보다 높아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중국산 생강은 10㎏ 기준 1만원대인데 한국산 생강은 7만원대에 거래돼 실제 계약이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피해가 커질수록 이런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식자재 유통회사와 식품·외식 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개학과 봄 나들이 시즌 등 성수기를 앞두고 중국산 식재료 수급 문제가 계속되면 국산 채소 등의 가격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 수입량이 많았던 일부 품목에선 이미 국산 상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19일 기준 당근 20㎏ 가격은 3만5400원으로 1년 전(2만6360원)과 평년(2만7440원)에 비해 약 30% 올랐다. 배추와 양배추 도매 가격도 1년 전과 대비해 각각 162%, 151% 상승했다.

애호박, 피망, 생강 등 단체 급식에서 기본 식재료로 많이 쓰이는 채소값도 이달 들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 스프에 들어가는 동결건조 채소, 가정간편식(HMR)과 단체급식용 주요 식재료 등은 중국산 채소와 기타 식재료를 사용해 단가를 맞춰왔다”며 “장기적으로는 물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