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국민연금 보험료, 건강보험료 등 소비 활동과 무관하게 빠져나간 가구 지출이 지난해 4분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가계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정부가 거둬가는 돈이 더 빠르게 늘어나 가계 살림이 더욱 팍팍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금·건보료·대출이자…매달 105만원씩 빠져나가
통계청이 20일 내놓은 ‘2019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 규모는 1년 전보다 9.8% 늘어난 104만7000원이었다. 같은 분기 기준으로 2003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다. 비소비지출이란 세금, 국민연금 보험료, 건강보험료, 대출 이자, 경조사비, 종교단체 헌금 등 소비 활동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가계 지출이다.

비소비지출은 2019년 1분기부터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다가 4분기 기준으로 처음 100만원을 넘어섰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는 2017년 2분기부터 11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

항목별로 보면 작년 4분기 월평균 경상조세(근로소득세와 사업소득세 등 정기적으로 내는 세금) 지출은 8.3% 늘어난 18만7800원이었다. 가구 간 이전지출(용돈, 경조사비, 학자금 지원 등)은 12.8% 증가한 26만5300원으로 집계됐다.

이자 비용은 11만9900원으로 1년 전보다 11.7% 늘었고, 사회보험 납부액은 16만9500원으로 10.1% 증가했다. 연금 납부액은 7.9% 늘어난 16만5000원이었다. 은순현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금리는 낮지만 대출 잔액 등이 증가하면서 이자 비용이 늘었다”며 “사회보험료율 변화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득분위별로 보면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의 비소비지출은 13.2% 늘어난 28만3000원이었다. 증가폭은 전분기(13.4%)보다 둔화했지만 여전히 큰 수준이다. 2분위 비소비지출은 13.2% 증가한 57만6400원, 3분위는 12.2% 늘어난 90만2600원이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