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스트K ■ 차세대 한류 주역을 꿈꾸는 이들을 찾아나섭니다. 케이(K)팝, K뷰티, K푸드 등을 잇는 새 K열풍을 위해 오늘도 많은 기업과 젊은 스타트업이 고군분투 중입니다. [넥스트K]에서 한류의 새 주역을 미리 만나보세요 _ 한경닷컴 산업부
일본 히로코 모델이 코니 아기띠를 통한 데일리 룩을 선보였다. 그는 코니 아기띠에 대해 가볍고 편하다고 추천했다. (사진 = 히로코 블로그)
일본 히로코 모델이 코니 아기띠를 통한 데일리 룩을 선보였다. 그는 코니 아기띠에 대해 가볍고 편하다고 추천했다. (사진 = 히로코 블로그)
# 티셔츠 안에 아기를 넣는 것처럼 편합니다. 무엇보다 가볍고 컴팩트해요. 정말 중요한 제품입니다.

일본 모델인 히로코가 한국의 코니바이에린의 코니 아기띠를 사용한 후기를 블로그에 남긴 글이다. 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는 7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아기도 키우면서 모델 활동을 하는 분인데, 우리 제품을 구매해 본인의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데일리룩을 매번 업로드했다"며 "코니 아기띠를 착용한 모델의 사진이 인기를 끌면서 일본 내 구매가 폭발했다"고 설명했다.

여성에게 편안한 아기띠 제품을 만드는 코니바이에린은 2017년 설립된 4년차 회사. 지난해 전체 매출 중 일본 비중은 70%에 달할만큼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다. 임 대표는 김동현 사업총괄과 부부로 함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와 김동현 사업운영 총괄. (사진 = 변성현 기자)
왼쪽부터 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와 김동현 사업운영 총괄. (사진 = 변성현 기자)
◆ 목 디스크에 직접 아기띠 제작

코니 아기띠는 엄마가 된 임 대표가 직접 만들었다. 첫 아이를 낳은 후 40일 만에 목 디스크재발하며 힘든 육아의 시간을 보냈다. 아픔을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 좋다는 해외 유명 아기띠를 10개나 써봤다. 하지만 '딱 이거다' 싶은 제품을 찾을 순 없었다.

임 대표는 "첫 애가 누워있는 걸 거부해서 계속 안아주려다 보니까 힙스트 슬링 랩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아기띠를 써봤다"며 "제품들은 어깨 끈이 좁거나 끈이 너무 도톰해서 아기 무게가 위로만 쏠렸고, 허리 벨트가 있는 경우엔 땀이 차는 등 단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참다못한 엄마, 임 대표는 직접 내 몸에 가장 편한 아기띠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 길로 동대문으로 나섰다. 네트워크가 없어 원단도 비싸게 사는 '바가지'를 쓰기도 했다. 그러던 중 아동복 만드는 분을 찾아 아기띠 샘플 제품을 만들어달라고 의뢰했다. 그는 "샘플도 패턴실에서 작업한 도안을 보내야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도화지에 열심히 그려서 가져갔다"며 "아동복 장인이 찰떡같이 샘플을 만들어줬다"고 회상했다.

처음 나온 샘플이 코니바이에린 아기띠의 제품의 형태가 됐다. 당시 5개월 된 아들을 해당 아기띠를 이용해 재우는 용도로 쓰면서 다양한 원단을 적용한 샘플 7~8개를 직접 써봤다. 특히 여름 제품(썸머)의 경우 샘플만 20개를 만들었고, 원단의 탄력성을 맞추는 데에만 2년이 걸렸다.

그 결과, 160~200g 정도로 가벼운 아기띠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힙스트 아기띠의 경우 800g, 슬링 아기띠 무게는 350g 정도다. 여기에 엄마의 스타일도 챙길 수 있었다.

임 대표는 "다른 아기띠의 경우 책가방을 앞에 메고 있는 느낌이라 엄마가 정장을 입는다면 자괴감이 들지만, 코니 아기띠는 숄 같아서 자존감을 헤치지 않는다는 공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코니 아기띠는 엄마와 아기의 밀착도가 높다는 게 장점이다. 딱 맞는 티셔츠에 아기가 폭 담긴 형태다. 그는 "코니 아기띠는 아기가 폭 안기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아기가 잠드는 속도가 빠른 편"이라며 "아기가 편하게 잠든다는 점에서 '꿀잠 아기띠'라는 별명도 얻었다"고 강조했다.
일본 아나운서 요시다 아키요가 코니 아기띠를 착용한 뒤 직접 인스타그램에 찍은 사진. 그는 원피스를 입고 아기띠를 착용했다. (사진 = 요시다 아키요 인스타그램)
일본 아나운서 요시다 아키요가 코니 아기띠를 착용한 뒤 직접 인스타그램에 찍은 사진. 그는 원피스를 입고 아기띠를 착용했다. (사진 = 요시다 아키요 인스타그램)
◆ 일본 히로코 모델 덕에 판매량 '쑥'

일본에도 꿀잠 아기띠의 입소문은 퍼졌다. 2018년 6월 일본 아마존을 통해 진출하고, 일본어로 된 자사 온라인몰도 따로 운영했다. 초반엔 아마존을 통한 구매가 많았지만, 점차 자사몰 판매 비중이 90%로 확대됐다. 일본 여성들의 체격이 작다는 점을 감안해 아기띠 사이즈도 2XS XS로 2개 더 늘렸다.

일본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은 40대 히로코라는 모델이 사용하면서부터다. 임 대표는 "히로코 외에 아나운서와 모델들이 코니 아기띠를 사용하는 사진이 많이 올라오면서 '유명한 사람들이 쓰는 아기띠'라는 입소문이 퍼졌다"며 "일본 분들은 출산 후 더 빨리 외출하는 편으로, 밖에 보여지는 이미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아기를 덮을 때 사용하는 워머도 일본 판매 비중이 60~70%에 달한다. 워머도 엄마의 패션을 해치지 않도록 스타일을 개선한 덕분이다. 그는 "엄마가 아무리 원피스를 입어도 아기가 기존의 패딩처럼 돼 있는 워머를 걸치면 아줌마가 되버린다"며 "엄마가 입어도 이쁘고, 아기와 같이 걸쳐도 귀여운 워머를 만든 이유"라고 강조했다.
코니 아기띠가 마마리 입소문 수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마마리는 코니 아기띠에 대해 작고 컴팩트하고 가볍다고 추천했다. (사진 = 마마리 홈페이지)
코니 아기띠가 마마리 입소문 수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마마리는 코니 아기띠에 대해 작고 컴팩트하고 가볍다고 추천했다. (사진 = 마마리 홈페이지)
이에 일본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제품으로 인정도 받았다. 김동현 사업총괄은 "일본에서 임신 출산을 준비하는 여성들이 보는 잡지로 마마리나 히어코클럽이 유명하다"며 "마마리가 독자 대상으로 조사한 '입소문 대상'을 지난해 12월 받았다"고 밝혔다.

마마리 인스타그램은 32만 팔로워를 확보하고 있다. 마마리가 운영하는 앱은 일본 최고의 육아어플로 꼽힌다.

보수적인 일본을 감안하면 수상은 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임 대표는 "일본은 기존에 알던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 심하고, 소비자들이 굉장히 분석적"이라며 "한 블로거는 코니의 아기띠 여러 개를 구매한 뒤 스포이드로 물을 2방울씩 떨어뜨린 뒤 흡수도 등 후기를 논문 수준으로 공유하는 등 회사에서도 일본 제품 리뷰는 번역해서 참고할 정도"라고 말했다.

◆ 영어권서 'Sleep Magic(꿀잠템)' 입소문

코니 아기띠는 영어권에서도 '슬립매직'(꿀잠템)으로 입소문을 얻었다. 지난해 4월부터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 블랙프라이데이 이후 판매량이 늘고 있다. 미국에선 영미권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코니바이에린은 미국 호주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영미권으로 잡고 있다.

코니는 지난해 미국을 비롯해 호주에도 진출하면서 오히려 더 큰 사이즈로 확대했다. L(라지)도 3XL까지 넓힌 수준이다. 김 총괄은 "서양 엄마들의 경우 키가 180cm인 분도 있을 정도로 동양과는 달리 체격이 크다는 점을 반영해 사이즈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영미권에서도 유명 인사들의 코니 사랑이 이어졌다. 넷플릭스의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에서 매디슨 배디슨 머피(Madison Badison Murphy) 역을 맡은 아멘다 풀러(Amanda Marie Fulle)는 코니 아기띠에 아기를 넣고, 남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해 초 올렸다. 'HAPPY EVERYTHING 2020(2020년 모든 것이 행복하길)'이라는 글귀도 남겼다.
넷플릭스 드라마 워킹맘 다이어리에 출연한 배우 제살린 완림(JESSALYN Wanlim)이 코니 아기띠를 사용한 모습. (사진 = 제살린 완림 SNS)
넷플릭스 드라마 워킹맘 다이어리에 출연한 배우 제살린 완림(JESSALYN Wanlim)이 코니 아기띠를 사용한 모습. (사진 = 제살린 완림 SNS)
넷플릭스 드라마 '워킹맘 다이어리'에 나오는 제살린 완림(JESSALYN Wanlim)도 최근 코니 아기띠에 아들을 넣고 외출하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그는 "코니 아기띠를 사용한 첫 외출, 성공적"이라고 남겼다.

홍콩 모델인 캐리 응은 회사에 직접 감사 메일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 총괄은 "유명 화장품 모델을 했던 캐리 응이 회사로 '너희 제품이 너무 좋고, 한국의 제품 중에서 품질을 인정한다'는 내용을 직접 작년 초 메일로 보냈다"며 "제품을 통해 이렇게 유명인사와 연결이 된다는 게 신기했다"고 밝혔다. 임 대표는 "캐리 응과는 한국에서 만나는 약속을 잡기도 했었는데, 아쉽게도 그녀의 남편 출장 스케줄이 바뀌어서 만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 위탁보단 온라인 자사몰 '집중'

이처럼 코니바이에린이 단기간 내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서 좋은 제품으로 입소문이 난 비결은 품질에 있다.

회사는 위탁 판매 대신 온라인 자사몰에 집중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도 안 한다는 원칙을 정했다. 아기띠의 품질을 유지하고, 현금 흐름을 좋게하기 위해서다. 임 대표는 "오프라인으로 나가게 되면 임대료 등 비용을 반영해 마진을 높이기 위해 원가를 깎을 수 밖에 없게 된다"며 "그럼 공장에선 인력을 바꾸거나 외주를 주거나 대안을 강구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명 패션브랜드의 경우 물량이 늘었다고 원가를 낮추지 않고, 바로 대금도 현금으로 제공한다"며 "품질을 위해 공장에서 봉제비를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노선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30년간 다른 패션 브랜드와 일했던 공장이 이젠 코니와 손을 잡았다. 임 대표는 "그 덕에 공장에서 제작하는 분들의 숙련도도 높아지면서 아기띠의 품질도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온라인 자사몰을 통해 고객들의 문의도 바로 해결하고 있다. 김 총괄은 "자사몰에서는 고객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상담 페이지를 통해 직접 들을 수 있다"며 "상담창을 통해 나오는 불량품이나 문제 있는 제품을 바로 확인해 공장에 바로 피드백을 줘서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익을 많이 남기기 보다는 소비자의 편의성에 중점을 뒀다. 배송도 가장 빠르게 소비자에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김동현 총괄은 "출산하고 난 뒤에 하루라도 빨리 아기띠가 필요한 만큼 국내에선 800원 더 비싼 우체국 택배를 이용한다"며 "일본도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으로 선택하고, 홍콩에선 오늘 구매하면 내일 받아볼 수 있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 김동현 사업운영 총괄. (사진 = 변성현 기자)
왼쪽부터 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 김동현 사업운영 총괄. (사진 = 변성현 기자)
◆ 미국 아마존 타고 유럽까지 '확대'

코니바이에린은 올해 미국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3월 중 미국 아마존에서 판매를 개시한다. 소비자가 주문한 뒤 이틀 만에 배송해주는 아마존 프라임으로 입점하는 데 준비만 6개월이 넘게 걸렸다.

임 대표는 "미국에 아기띠를 팔려면 미국 연방법이 규정한 안전규칙을 따라야 하고, 한국 KC 인증과 연동이 되지 않는다"며 "모든 색상의 아기띠도 다 테스트를 받고, 아기가 질식할 수 있는 요소가 없는 지 등을 모두 라벨에 표기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은 라벨에 글자 크기 글자 간격 등까지 세세하게 다 규정이 돼 있다. 김 총괄은 "아기띠가 아기를 안는 제품이다 보니 더 꼼꼼한 규정이 있었다"며 "무역협회나 무역 관련 컨설팅 회사를 찾았지만 모두 사례가 없어 조언을 해 줄 수 없다고 해서, 직접 공부해서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고 회상했다.

이번 미국 진출을 기점으로 R&D 개발에 더 투자하고, 아기띠 디자인도 더 다양화할 계획이다. 김 총괄은 "해외 어느 국가나 현재 차콜 색상이 가장 잘 팔리고 있고, 일본은 베이지나 웜톤이 미국은 블랙과 같은 모노톤이 잘 나가고 있다"며 "해외에서 선택지를 더 확대하기 위해 패턴이나 디자인을 더 다양하게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 대표는 "제품을 팔면서 좋은 일 한다는 생각이 쉽지 않지만, 아기띠의 경우 육아맘 육아대디에게 직접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뿌듯하다"며 "회사 직원들 대부분도 아기를 키우거나 임신 출산을 기다리는 분으로, 직원들이 만족스럽게 일한다는 것이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코니바이에린의 직원들은 모두 재택 근무를 하며, 주로 화상 회의를 진행한다.

임이랑 대표는 "미국 시장은 굉장히 큰 만큼, 올해는 미국 시장에서 잘하는 방법을 스스로 학습하는 해가 됐으면 한다"고 전망했다. 김동현 사업 총괄도 "미국 아마존을 통해 현지 매출이 더 늘어나길 기대하고 있다"며 "올해 유럽 아마존을 통해 유럽 시장에도 진출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사진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