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성장동력
삼성전자는 지난달 7일 세계 최대 전자쇼인 ‘CES 2020’에서 지능형 반려로봇인 ‘볼리’를 선보였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지난달 7일 세계 최대 전자쇼인 ‘CES 2020’에서 지능형 반려로봇인 ‘볼리’를 선보였다. 삼성전자 제공

김현석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부문장(사장)은 지난달 6일 미래 기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인 ‘CES 2020’의 기조연설을 통해서다. 김 사장은 향후 10년을 ‘경험의 시대(Age of Experiences)’로 정의했다.

그는 “대부분 사람들은 제품을 구매할 때 제품의 소유 자체가 아니라 그 제품이 가져다 주는 편리함, 안정, 즐거움 등 삶의 긍정적 경험을 기대한다”며 “이 같은 개인 요구가 모여 기술 혁신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첨단 하드웨어와 인공지능(AI) 기술이 결합된 지능형 반려 로봇 ‘볼리(Ballie)’를 최초로 공개했다. 향후 삼성이 집중적으로 육성하려는 미래 기술의 단면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AI와 로봇, 전장사업에 집중 투자

삼성은 2018년 8월 AI와 5세대(5G) 이동통신, 바이오, 반도체를 4대 미래 사업으로 선정했다. 2021년까지 총 18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이 미래 신사업을 공개한 것은 8년 만의 일이다. 삼성은 2010년 5월 태양전지, 자동차전지, LED(발광다이오드),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했다. 신수종 사업 중 바이오만 4대 신사업에 포함됐다. AI, 전장부품, 5G를 새로 넣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AI 역량을 끌어올려 모든 스마트기기에 AI 기능을 넣는다. 이 회사는 2017년 AI를 비롯한 미래 선행기술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삼성 리서치를 세웠다. 작년 1월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AI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이어 AI 우수 인재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 AI 연구센터를 지었다. 영국 케임브리지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 등이다. 미국 뉴욕과 캐나다 몬트리올에도 AI 센터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우수 인재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18년 6월 AI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대니얼 리 코넬테크 교수를 영입했다. 지난해엔 위구연 미국 하버드대 교수를 펠로로 데리고 왔다. 펠로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전문가에게 주는 연구 분야 최고직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AI 선행 연구개발(R&D) 인력을 1000명(국내 600명, 해외 400명)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자동차 전장 사업은 2016년 11월 인수한 미국 전장 전문기업 하만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하만은 자율주행과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을 전담할 조직을 신설하는 등 커넥티드카 핵심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만은 첫 공동 개발 작품인 ‘차량용 디지털 콕핏’을 선보였다.

○차량용 반도체와 파운드리도 육성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의 경쟁력도 키우고 있다. 2018년 10월 자동차용 프로세서 브랜드 ‘엑시노스 오토’를 내놨다. 2011년 모바일 중앙처리장치(CPU) 브랜드 ‘엑시노스’에 이어 2017년 이미지센서 브랜드 ‘아이오셀’를 선보인 데 이은 후속탄이다. 차량용 반도체 브랜드를 출시해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키우려는 의도다.

반도체 설계 회사 등의 주문을 받아 대신 생산을 해주는 파운드리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극자외선(EUV) 기술 기반의 초미세공정인 5나노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7나노와 6나노 파운드리 공정에서도 양산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와 파운드리 같은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르기 위해서다.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부문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1만5000명의 전문 인력을 채용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국내 연구개발(R&D) 분야에 73조원, 첨단 생산 인프라 설비에 60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중장기적으로 인간의 뇌를 모방한 AI 반도체 핵심 기술인 신경망처리장치(NPU)를 D램과 같은 주력 사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NPU는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딥러닝(심화 학습) 기능을 갖춰 ‘AI의 두뇌’로 불린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핵심 기술이다. 차세대 NPU 기술 개발을 위해 200명 수준인 R&D 인력을 2030년까지 2000명 규모로 열 배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전략 스마트폰에 쓰이는 NPU의 활용도를 자동차 전장제품, 데이터센터,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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