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브릭스펀드, 홍콩H ELS 이어
한국형 헤지펀드도 쏠림 후 대규모 손실

반복되는 시장실패 희생양 안 되려면
자신 만의 투자원칙 세우고 휩쓸리지 말아야
[여기는 논설실] 라임 사태로 또 입증된 '쏠림=必敗' 공식

‘한국형 헤지펀드’ 1위 라임자산운용의 ‘막장 운용’ 탓에 투자자들은 결국 총 1조원대 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습니다. 라임운용이 환매를 중단한 순자산 1조6700억원 규모의 펀드 가운데 1조원 가까이가 상각(손실 처리)됐습니다. 손실률은 어머니(母)펀드인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가 각각 47%와 24%(14일 기준) 수준입니다.

모펀드의 구조를 가져와 운용되는 아들(子) 펀드의 사정은 더욱 심각합니다. 증권사 대출(레버리지)을 활용해 손익률을 모펀드의 2배로 확대시킨 바람에 3개(AI스타 1.5Y 1호, 라임 AI 스타 1.5Y 2호, 라임 AI 스타 1.5Y 3호)는 전액 손실구간에 접어들었습니다. 문제가 된 펀드 중 아직 실사가 진행 중인 상품이 있어 총 손실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문제가 된 라임펀드 투자자는 4000여명입니다. 1인당 평균 투자금액은 2억여원 수준입니다. 평균이 이 정도이지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일부 초고소득층 투자자들의 경우 투자액이 1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금융투자 업계의 평가는 명확합니다. “한국 금융투자 산업 사상 최악의 흑역사”라는 것입니다. 손실규모도 크지만, 운용 관계자들의 충격적인 비(非)도덕성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익이 나는 펀드의 투자금을 빼 손실펀드에 메워 넣는 ‘돌려막기’, 내부정보를 이용한 임직원 부당투자 행위 등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일들이 현실로 벌어졌습니다. “펀드를 운용할 때 투자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한다”“펀드매니저는 인간의 가치·성실·정직 등 미덕을 지키는 데 한 치도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던 고(故) 존 보글 뱅가드그룹 창업자가 하늘에서 통탄할 일입니다.
라임 사태 후 잠적한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라임 사태 후 잠적한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이번 사태가 일반 투자자들에게 다시 한 번 일깨워준 교훈은 ‘자본시장에서 쏠림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특정 상품에 쏠림 현상이 벌어질 때가 가장 위험한 시기”라는 말은 투자자들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격언입니다. 2000년대 중반의 중국 및 브릭스펀드, 2015∽2016년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에 벌어졌던 대규모 손실, 혹은 손실 위기 사태는 자본시장에서 쏠림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라입증한 사례들입니다.

'라임 쇼크'도 마찬가지입니다. 활성화 방안이 나온 2014년 이후 한국형 헤지펀드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시장이 아무리 어려워도 연 10% 안팎의 수익을 꾸준히 올리는 상품’이라는 식으로 인식되면서 자금을 쓸어 모았습니다.

2015년 말 200조원이었던 설정액은 지난해 말 416조원으로 두 배 이상 불어났습니다. 돈이 몰리니 ‘청운의 꿈’을 품은 펀드매니저들이 찾아들면서 전문 운용사는 2015년 말 19개에서, 작년 말 217개로 늘어났습니다.

한국형 헤지펀드가 이처럼 폭발적으로 규모를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성장기인 2016∼2018년 초 한국 증시가 굉장히 좋았기 때문입니다. 정보기술(IT), 바이오, 엔터주 등이 시장을 이끌면서 2018년 1월엔 코스피지수가 2600, 코스닥지수가 930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경험이 많지 않은 펀드 매니저라도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수익률을 내는 게 어렵지 않았던 시장 환경이었던 셈이지요.

미‧중 무역전쟁 격화 등으로 2018년 하반기부터 손실이 커진 펀드가 속출하면서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폭주에 들어간 시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라임운용 사태는 그 비극적 결과였던 것입니다.

쏠리는 시장에 발을 한 번 들여 놓으면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과장된 정보가 범람하기 때문에 이성적 판단이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시장에는 아예 참여하지 않는 게 최선입니다. ‘한 번 뛰어들어 보고 싶다’고 한다면 자신 만의 원칙을 명확히 세워두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10년 이상 외국계 자산운용사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한 전문가가 들려준 다음과 같은 투자원칙은 참고해 봄 직합니다.

① 모르는 상품은 쳐다보지 말라.

“구조를 모르는 상품에 가입하고, 수익 올리기를 바라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도박입니다.”

② 3년 이상 연 10% 이상 고수익을 낸 상품은 투자 우선순위에서 제외하라.

“금융투자 상품의 수익은 결국 평균에 수렴합니다. 일관된 투자철학을 고수하는 펀드라면, 담고 있는 종목들이 계속해서 좋을 수는 없습니다. 3년 정도 고수익을 유지했다면, 부진한 시기가 찾아오는 게 정상입니다.”

③ 장기간 좋은 성과를 올렸던 펀드 매니저의 ‘성적’이 3년 가까지 저조하다면, 그 때가 그 매니저가 굴리는 펀드 가입을 고려해볼 시점이다.

“②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얻을 수 있는 결론입니다. 우수한 펀드라면 일시적으로 위기를 겪었다가 다시 반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해당 펀드의 운용 철학, 펀드 매니저의 실력, 과거 투자성과(트랙 레코드) 등을 꼼꼼히 체크해야 합니다. 반드시 공부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송종현 논설위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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