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투자 22년 만에 최악

문 대통령 투자 호소하지만
친노조·탈원전·규제 '대못'에
기업은 이미 옴짝달싹 못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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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마음이 참모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해본 기업인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기업의 국제경쟁력과 일자리 문제를 걱정하는 대통령의 진정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정작 정부와 여당의 움직임을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는 얘기다.

지난 1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간담회’가 끝나고 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삼성과 현대자동차의 협력업체 긴급 지원, SK의 불화수소 국산화, LG의 경북 구미 2차전지 투자, 롯데의 중국 우한 교민 지원, CJ의 ‘기생충 쾌거’ 등을 호평하고 격려하며 투자확대를 당부했다. 취임 이후 기업인들과 한 간담회 중 가장 좋은 분위기였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변화를 기대하느냐는 질문에는 많은 기업인이 고개를 젓고 있다. 기업을 고비용 구조로 몰아넣고 있는 친노동, 탈원전, 기업규제 정책에 거의 이념적 대못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들의 속은 더 타들어간다. 돌아보면 사방이 지뢰밭이다. 밖으로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한·일 간 경제·외교 분쟁,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안으로는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독소조항들이 속속 제도화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 들어 급속도로 세를 불린 노동권력의 발호는 수그러들 줄을 모른다. 실적 부진 우려는 차라리 부차적이다.

정부는 국민연금이 민간기업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공식화했을 뿐만 아니라 회사와 주주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사외이사 임기 제한을 밀어붙이고 있다. 경제계의 반대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이렇게 기업의 손과 발을 꽁꽁 묶어놓고 정책 당국자들은 툭하면 기업인들을 불러 간담회를 연다. 대개 투자와 고용을 늘려달라는 주문이다. 이러니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란 말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투자 늘리라면서도 꿈쩍않는 親노조·反기업
"어느 장단에 춤추란 말이냐"


산업현장에 대한 노동계의 장악력은 여간 우려스럽지 않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문재인 정부 들어 조합원을 40만 명 이상 늘렸다. 주로 대기업이다. 민주노총이 경기 성남시 판교의 네이버, 카카오를 휘하에 거느리자 한국노총은 포스코에 이어 삼성전자, 삼성화재를 편입시켰다. 노동계는 유난히 대기업을 좋아한다. 가장 얻을 것이 많기 때문이다. 임금이 높고 근무조건이 좋은 대기업일수록 노동쟁의가 더 격렬해진다. 이로 인해 한정된 기업자원의 배분이 왜곡되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처우가 더 불리해지며 기업의 자유로운 투자가 저해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표 때문에라도 노동계를 제어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 오히려 저자세다. 지난해 7월엔 올해분 최저임금을 많이 올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9월엔 경제계와 투자활성화 간담회를 열었다는 이유로 노동계에 공식 사과까지 했다.

탈원전도 기업들의 생산성에 두고두고 주름살을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엔 산업용 전기요금이 사상 처음으로 주택용을 앞질렀다. 미국 독일의 산업용 요금이 주택용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기업들의 원가경쟁력이 그만큼 훼손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피해를 많이 본 기업은 발전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두산중공업이다. 수주가 급감하고 가동률이 급락하면서 수백 명의 임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그럼에도 정책당국이 두산중공업에 동정의 눈길을 보낸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발표된 두산중공업의 지난해 영업실적에 사실상 분식 의혹이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회사는 당연히 이런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정확한 경위는 나중에 가려지겠지만, 국회의원이 개별 기업의 회계처리까지 문제삼고 나서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정부의 일방적 정책 집행으로 큰 곤경에 빠진 기업을 이런 식으로 저격할 수 있느냐”는 공분이 경제계에 파다하다.

그러면서도 정부와 여당은 기업들이 투자활성화를 위해 호소해온 법인세 인하, 노동규제 완화, 상속세 인하에는 철저하게 선을 긋고 있다. “취지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반(反)기업·반부자 정서 때문에 안 된다”고 한다. 이런 정서는 개별 기업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부자가 있어서 가난한 사람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대기업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자와 빈자를 약탈적 관계로 규정하면 어떤 해법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얘기는 아무리 합리적이더라도 잘 통용되지 않는다. 반시장적 선동이 자신의 입지에 유리하다고 여기는 정치인이 많을수록 그렇다. 그래서 이 정부에 기대를 접는 기업인들의 시름이 더 깊어지는 것이다.

조일훈 부국장 ji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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