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서 증거인멸 정황 인정된 듯LG화학 "당사 주장 인정…소송 절차 끝까지 성실히 임하겠다"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전에서 LG화학이 먼저 웃었다.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4일(현지시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렸다.ITC는 LG화학 측이 요청한 조기패소 판결을 승인하는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을 내렸다고 밝혔다.이번 결정의 구체적인 근거는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LG화학은 "이번 판결은 ITC가 소송 전후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에 의한 악의적이고 광범위한 증거 훼손과 포렌식 명령 위반을 포함한 법정모독 행위 등에 대해 법적 제재를 내린 것"이라며 "추가적인 사실 심리나 증거조사를 하지 않고 LG화학의 주장을 인정해 '예비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이에 따라 3월 초로 예정된 변론(Hearing) 등의 절차 없이 10월 5일까지 ITC의 최종결정만 남게 됐다.앞서 LG화학은 지난해 11월 5일 ITC에 SK이노베이션이 증거를 인멸했다며 조기패소 판결을 요청한 바 있다.LG화학은 디스커버리(증거개시) 등 소송 전후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증거보존 의무를 무시하고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했고, 이 정황에 따라 ITC가 명령한 포렌식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이에 ITC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은 같은 달 15일 LG화학의 요청에 찬성하는 취지의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OUII는 의견서에서 "SK이노베이션이 증거를 훼손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며 ITC의 포렌식 명령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이런 행위들 중 일부는 고의성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OUII는 조기패소 판결 요청을 수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과 함께 "다만 SK이노베이션 측이 쟁점에 대해 설명할 기회가 있어야 하므로 청문회가 필요하다"고도 제안했다.LG화학은 "조기패소 판결이 내려질 정도로 공정한 소송을 방해한 SK이노베이션의 행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SK이노베이션에 대한 법적 제재로 당사의 주장이 그대로 인정된 만큼 남아있는 소송절차에 끝까지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ITC가 최종결정을 내리면 LG화학의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LG화학은 "이번 소송의 본질은 30여년간 축적한 소중한 지식재산권을 정당한 방법으로 보호하기 위한 데 있다"며 "LG화학은 2차전지 관련 지식재산권 창출과 보호를 강화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연합뉴스
권영수 (주)LG 부회장(63·사진)이 그룹 모태 기업인 LG화학의 이사회 의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최고경영자(CEO)와 균형을 이뤄 주요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권 부회장은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이사회 의장도 겸임하고 있다.1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권 부회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어 열리는 이사회에서 의장으로 선임할 것으로 전해졌다.LG화학의 사내이사진은 이사회 의장인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과 CEO인 신학철 부회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등 3명으로 구성돼 있다. LG화학 사장을 지내다 지난해 9월 LG디스플레이 CEO로 자리를 옮긴 정 사장의 LG화학 사내이사 임기는 다음달 끝난다. 권 부회장은 정 사장의 후임으로 사내이사에 선임될 것으로 전해졌다.권 부회장이 LG화학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 전자(LG전자·LG디스플레이)와 통신(LG유플러스)에 이어 화학까지 LG의 3대 핵심사업 경영에 모두 참여하게 된다. 그룹 지주회사인 (주)LG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보좌하는 권 부회장의 경영 보폭도 한층 넓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79년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한 그는 전략, 재경 부문을 두루 거친 기획·재무통이다. LG디스플레이 사장과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그룹 주요 계열사 CEO를 지내 사업 분야 전문성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삼성과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회 의장과 CEO를 분리하고 있다. 삼성전자(이상훈 의장)와 삼성물산(최치훈 의장)은 전직 임원을 이사회 의장에 선임했다. (주)SK도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겼다. 경영계 관계자는 “이사회는 장기적 관점에서 신사업 발굴을 맡고, CEO는 경영 현안에 집중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LG화학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는 박 전 부회장은 LG그룹 전직 고위 임원들과 시작한 스타트업 컨설팅 사업(엔젤6+)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주변에 “LG화학 CEO로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창업자들에게 전해주는 데 주력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박 전 부회장은 지난달부터 네 차례에 걸쳐 LG화학 보통주 5350주, 우선주 1527주 등 21억1781만원 규모의 자사주도 매각했다.김보형/고재연 기자 kph21c@hankyung.com
주요 대기업 총수와 경제단체장들은 13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코로나19 대응 경제간담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사태를 둘러싼 정부 대응에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도 좀 더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줄 것을 주문했다. 기업인들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솔직한 속내까지 밝히면서 위기 극복 의지를 다졌다.경제계, 적극행정 주문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번 사태를 맞고 보니 미리 준비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고 어깨가 무겁다”며 “중국은 글로벌 제조업 핵심이라 정보기술(IT)산업의 경우 여러 면에서 준비한 것으로는 극복하려고 해도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부회장은 “2년 전 약속한 고용 창출은 직접 챙기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부품 공급 중단으로 생산공장을 세웠던 현대자동차의 윤여철 부회장은 “우리 정부의 신속한 지원으로 현재 40개 중국 와이어링 하네스 공장 중 38개가 재가동했다”며 조기 가동을 위한 정부 노력에 별도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윤 부회장은 항공운송 부품에 대한 관세 특례와 부품사 대출 연장을 요청했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세 특례를 한시적으로 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의) 대출을 연장하고 있다”고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거들자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은행 창구에서는 대출 연장을 안 해주려고 한다”며 일선 현장과 정책의 괴리를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자금 경색 문제는 기업에 다른 문제가 없다면 최대한 (대출 및 연장을) 해주는 쪽으로 해 달라”며 “은 위원장의 의지가 은행 창구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한·중 항공화물 운송이 폐쇄되면 중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웨이퍼 조달에 차질이 발생하는 만큼 운송 항공편을 축소하지 말 것을 (중국 측에) 요청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옥 인근 영세상인들을 위해 “주 1회 구내식당 이용을 제한하겠다”는 최 회장 발언에 문 대통령은 “청와대도 이번주부터 매주 한 번씩 식당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화답했다.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간담회가 잡힌 후 건강염려증에 시달렸는데 정부가 상황을 잘 관리하고 있는 것 같다”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구 회장은 “안정적 부품 조달 공급망 구축을 위해 생산전략을 재점검 중이고 그 일환으로 지난해 전지 양극재 공장을 경북 구미에 세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이후 구 회장이 말한 LG 구미공장을 소재부품 다변화와 국내 유턴기업 사례로 별도로 소개하며 유턴기업에 대한 정책 지원 의사를 밝혔다.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롯데호텔의 2만8000건 객실 취소 사례를 소개하며 가장 타격이 큰 관광 유통 등 서비스 부문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황 부회장은 “결정적 위기는 넘어가고 있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며 “문 대통령의 다양한 문화행사 참석과 함께 쇼핑몰에도 한번 들르시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코로나19를 비롯한 여러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려면 유연근로를 위한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文 “기업들이 잘해주고 있다”문 대통령은 간담회에 참석한 장관들에게 경제계 요청을 속도감 있게 반영하라고 지시하면서도 기업들에는 투자를 독려했다. 문 대통령은 “신종 감염병 사태라지만 그간 너무 위축돼 있었다. 심리적 대반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문 대통령은 “지난 4분기부터 설비투자가 증가세로 전환하고 창업과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해 경제의 발목을 잡게 된 점이 매우 안타깝다”며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삼성과 현대차의 협력업체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SK의 불화수소 및 폴리이미드 생산공장 투자, 롯데의 우한 교민 후원 등도 직접 언급하며 “이번 사태를 맞아 대기업들이 상생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대기업들이 앞장서줘 더욱 든든하다”고 칭찬했다.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