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인터뷰

입사 25년 만에 대표 오른
강승수 한샘 회장

DB 구축해 아파트 구조 맞는
인테리어 자동 추천
2018년부터 가구업계는 불황에 시달렸다. 전방 산업인 아파트 건설 경기가 침체되면서다. 업계 1위 한샘도 예외는 아니었다. 매출 1조원을 달성한 지 4년 만인 2017년 ‘2조 클럽’에 가입했지만 이듬해 다시 1조원대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매출도 약 1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7%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최양하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선임된 강승수 회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정체된 매출을 끌어올리고,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해야 한다는 숙제를 떠안았다.
한샘은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를 접목한 차세대 인테리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강승수 회장은 새로운 사업에 자신감을 보였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한샘은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를 접목한 차세대 인테리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강승수 회장은 새로운 사업에 자신감을 보였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취임식을 한 지 두 달을 갓 넘긴 강 회장을 지난 12일 서울 상암동 한샘 본사에서 만났다. 고민에 가득 찬 무거운 표정을 상상하며 집무실에 들어섰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한샘의 새 비전을 설명하는 목소리엔 줄곧 자신감이 묻어났다. 강 회장은 인터뷰 내내 “장애물이 있는 곳에 새로운 길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연매출 3000억원이 최선인 회사’라고 말할 때 한샘은 2조원대 회사로 성장했다”며 “인테리어 시장에서 어느 글로벌 대기업도 이뤄내지 못한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다가 1995년 대리로 한샘에 입사한 강 회장은 부엌가구 사업에 머물던 한샘을 인테리어 가구 회사로 변신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대규모 직매장, 온라인 사업 진출 등으로 국내 1위 가구 회사에 올려놓는 데도 일조했다.

▷입사 25년 만에 회장직에 올랐습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대한항공 법무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죠. 다닐수록 ‘내가 없어도 아무 상관 없는 회사’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겠더군요. 남 밑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은 체질에 맞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중소기업에서 신사업을 마음껏 키워 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주변의 만류에도 당시 연매출 1000억원을 조금 넘겼던 한샘으로 왔습니다.”

▷건설 경기가 침체되면서 가구업계가 울상입니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로 빌트인 가구 납품 같은 B2B(기업 간 거래) 부문 매출이 크게 줄었습니다. 주택 매매 건수도 많이 감소했죠. 하지만 업계의 성장세 자체가 멈춘 건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B2B 시장에 의존하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이죠. 이사가 어려울수록 오히려 낡은 집을 리모델링해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더 많아질 겁니다. 인테리어를 새로 하면 가구도 새로 들이겠죠.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가구 시장은 계속 커질 겁니다. 특히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가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2년간 실적이 좋지 않습니다.

“사실 지금보다 어려울 때도 많았습니다. 2002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7년간 성장통을 겪었으니까요. 그때도 심각한 정체라고는 생각 안 했어요. 새로운 기회와 역량을 만들어내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던 시기일 뿐이었습니다. 지금도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고 봐요. 최근엔 업의 본질을 바꿨습니다. 가구업체에서 종합 리모델링 회사로요. 아홉 가지 옵션 중 소비자가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고르기만 하면 벽지, 바닥, 창호, 가구 같은 인테리어에 필요한 모든 걸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할 겁니다. 7년 안에 이 사업으로만 매출 5조원을 올려 회사 전체로는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습니다.”

▷인테리어 사업으로 매출 5조원이 가능할까요.

“동네 인테리어 업체처럼 사업의 본질을 ‘시공’에서 찾는다면 불가능합니다. 우린 이 사업을 ‘빅데이터 비즈니스’ 개념으로 접근할 겁니다. 인테리어를 의뢰하면서 머릿속에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는 소비자는 100명 중 1명 있을까 말까예요. 현재 수만 개의 인테리어 사례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수집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구조와 고객 취향에 딱 맞는 인테리어 설계(디자인)를 자동 추천해주는 온라인 인공지능(AI) 서비스 ‘홈플래너2’를 개발 중입니다.”

▷언제부터 시작합니까.

“이르면 올해 안에 적용할 계획입니다. 이 온라인 플랫폼에선 거주하는 아파트 도면에 맞춘 실제 시공 모습을 3차원(3D) 화면으로 실감 나게 보여줄 겁니다. 중국 홈 가상현실(VR) 업체와 관련 첨단기술 사용 계약을 맺었습니다. 핵심은 소비자가 원하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정확하게 제안하고, 설계 그대로 빠르게 시공까지 끝내준다는 겁니다.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의 건자재나 제품이라면 꼭 한샘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어느 글로벌 대기업도 하지 못한 일에 도전하는 셈이죠.”

▷중국 진출을 진두지휘했는데 성과를 내진 못했습니다.

“‘표준화된 인테리어 패키지’라는 한샘식 모델을 들고 나갔지만 오더메이드(주문 제조 상품)에 익숙한 중국인들에겐 반향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내년 말까진 홈플래너2 서비스를 중국에 그대로 도입할 겁니다. 3D 구현 기술을 계약한 업체가 중국 주택 및 아파트 도면의 95%를 갖고 있어 이를 활용할 예정입니다. 중국에도 인테리어 제안부터 건자재 시공, 가구 인테리어까지 맡아주는 업체는 아직 없습니다. 승산이 있습니다.”

▷소비자는 물론 대리점과도 분쟁 소지가 많은 사업 같은데요.

“미국 홈데포 같은 대기업이 수천억달러 규모의 인테리어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가 소비자와의 분쟁 때문입니다. 똑같이 시공해줘도 A소비자와 B소비자의 만족도는 딴판일 수 있어요. 완제품이 아니라 구두로 약속한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분쟁은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분쟁을 제도적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보험이라는 제도를 통해 자동차 사고에 대한 분쟁을 99% 해결한 것처럼요.”

▷구체적으로 어떤 시스템인가요.

“일단 변호사 등이 소속된 사내 인테리어 손해사정팀을 신설할 겁니다. 리모델링 사업이 커지면 손해사정에 대한 별도의 전문업체를 두는 식으로 공정성 시비도 줄일 예정입니다. 소비자와 대리점 간 표준계약서도 새로 만들 계획입니다. 계약 내용을 모두 본사가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건자재 이중계약, 부실 시공 등 본사의 감시 밖에서 일어나는 일도 많겠죠. 소비자가 손해를 봤다면 일단 본사가 책임을 지고 이후 대리점에 손해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물을 겁니다.”

▷조직 문화에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인위적으로 조직 문화를 쇄신하기보다 우선 여성 임원 비율을 파격적으로 높일 겁니다. 현재 팀장의 80%가 남성입니다. 장기적으로 팀장 자리의 50%, 임원의 30% 이상을 여성에게 할당할 겁니다.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 직원 간 호칭을 바꾸는 게 유행인데, 그런 건 안 믿습니다. 팀장 중 절반이 여성이면 문화가 바뀔 수밖에 없을 겁니다. 최고경영자(CEO)에게 집중된 의사결정 권한을 본부장들에게 나눠줄 겁니다. 3년 뒤부터는 결정 권한을 팀장들에게 내려주고요. 자율성과 역동성이 강한 조직이 되겠죠.”

▷한샘에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 중 하나를 꼽자면요.

“입사하자마자 가정용 가구 시장에 후발주자로 들어가라는 임무를 맡았어요. 1990년대 중반에도 국내에서 가구산업은 사양산업 취급을 받았으니 고민이 많았죠. 반면 미국 홈데포, 이케아 매장에 갔더니 사람들이 줄을 서서 제품을 사더군요. 영감을 받아 기업의 정체성을 ‘제조’에서 ‘유통’으로 돌렸습니다. 이케아처럼 ‘공간을 통째로 팔자’고 마음 먹었어요. 가구를 하나씩 파는 대신 침실 인테리어를 그럴듯하게 꾸며놓고 침대, 협탁, 화장대, 조명을 한꺼번에 판매하는 식이죠. 업계 최초로 서울 방배동에 4000㎡ 규모의 대형 매장을 세웠습니다. 당시엔 모두 ‘돈키호테 같은 짓’이라고 했지만 결국 5년 만에 가정용 가구시장 1위가 됐어요. 혁신의 갈림길에 서 있는 지금도 그때의 ‘돈키호테 정신’을 잊지 않고 나아갈 겁니다.”

■ 임원들에게 '아마존처럼 생각하라' 책 선물한 까닭은…

사업 플랫폼 온라인 전환 의지

강승수 한샘 회장은 최근 임원들에게 “꼭 읽어보라”며 책 한 권을 돌렸다. 아마존에서 전자상거래, 사물인터넷(IoT) 전략 등을 맡았던 존 로스만이 쓴 《아마존처럼 생각하라》다.

아마존의 혁신을 상징하는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의 사고방식을 소개한 책이다. 다양한 비즈니스에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아마존식 디지털 사업 전략을 엿볼 수 있다.

가구·인테리어 회사 회장이 왜 아마존에 대한 책을 골랐을까. 강 회장은 “전통적 오프라인 산업인 가구·인테리어 사업의 플랫폼을 온라인으로 바꾸기 위한 고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샘은 인테리어 관련 빅데이터를 구축해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을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

대리점 중심이었던 일반 가구의 온라인 판매도 크게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2000억원 규모인 온라인 가구 사업을 7년 내 1조원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강 회장은 “베이조스는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해 이를 끝내 성취하고 게임의 룰을 바꿨다”며 “한샘이 걸어가야 할 길과 겹친다”고 덧붙였다.

다독가인 그는 한샘의 ‘전략통’으로 꼽힌다. 강 회장의 책상 위에는 《아마존처럼 생각하라》 외에도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트렌드코리아 2020》 등이 놓여 있었다. 최신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경영에 접목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한샘 관계자는 “최양하 전 회장과 강 회장은 ‘새로운 도전’을 즐긴다는 점에선 비슷하지만 최 전 회장은 목표를 향해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반면 강 회장은 도전하기 전 치밀하게 연구하고 계획을 수립한다는 점에서 결이 다른 리더”라고 귀띔했다.

■ 강승수 회장 약력

△1965년 서울 출생
△1984년 서울대 공법학과 입학
△1995년 한샘 입사
△2005년 INT(인테리어)사업본부장 이사
△2007년 INT사업본부장 상무
△2009년 INT사업본부장 전무
△2010년 INT사업본부장 부사장
△2014년 기획실장 사장 △2016년 기획실장 부회장
△2019년 12월~ 대표이사 회장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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