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부실화 논란을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의 원종준 대표가 지난해 10월 환매연기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사모펀드 부실화 논란을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의 원종준 대표가 지난해 10월 환매연기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금융당국이 1조원대 '희대의 금융사기극'을 만든 라임자산운용 사태 후 대응 방안을 내놨다. 사모펀드 시장의 부작용을 개선하는 세부적인 보완책도 공개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4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중간 검사결과 및 향후 대응방안'과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을 각각 발표했다.

라임 사태의 대책으로는 환매·관리계획을 수립해 이행하도록 적극 지원하고, 불법행위가 확인된 경우 우선적으로 분쟁조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사모펀드의 경우 시장 참여자들이 운용 펀드에 대한 상호 감시 및 견제를 할 수 있는 내부통제 장치를 만들기로 했다.

◆ 라임 '173개' 자(子)펀드 환매연기…일부 전액 손실도

금감원은 라임자산이 운용 4개의 모(母)펀드와 자(子)펀드 관계에 있는 173개 펀드에서 환매가 연기됐다고 밝혔다. 규모로는 약 1조7200억원이다. 일부 자펀드의 경우 원금 전액 손실이 발생했다.

4개 모펀드는 주로 대체투자자산에 투자했는데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 등이 대표적인 환매연기 모펀드다. 자펀드 173개의 수탁고는 1조6700억원으로 증권사 TRS를 포함해 1조7200억원을 모펀드에 투자했다. 증권사 TRS는 증권사가 운용사의 펀드 투자자산을 담보로 자산을 대신 매입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사기극' 라임 사태에 놀란 당국…'무늬만 사모펀드' 원천 차단[종합]
자펀드는 19개 판매사를 통해 팔려나갔다. 우리은행이 357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금융투자(3248억원), 신한은행(2769억원)이 뒤를 이었다. 이들 세 곳의 판매액은 전체의 64%에 달했다.

국내에 주로 투자하는 '플루토 FI D-1호'의 회수율은 50~68%, 테티스 2호의 회수율은 58~79% 수준으로 집계됐다. 라임자산운용은 이날 해당 펀드의 손실률이 각각 46%, 17%로 집계됐다고 공개했다. 모펀드 기준가격이 조정되면서 '라임 AI스타 1.5Y 1호', '라임 AI 스타 1.5Y 2호', '라임 AI 스타 1.5Y 3호' 등 3개 펀드는 전액 손실이 발생했다.

◆ 수백억 부당이득에 부실 은폐·사기 판매까지

금감원은 라임이 비정상적으로 펀드를 운용 설계하면서도 불투명한 투자의사 결정으로 피해를 키웠다고 판단했다. 장기 비시장성 자산에 투자하는 상황에서 개방형, 단기 폐쇄형 구조를 채택해 장단기 만기 불일치가 만들어졌고, TRS 거래 등 레버리지를 활용해 원금 이상의 자금을 사모사채 등 투명성이 결여된 비시장성 자산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내부통제나 심사 절차 없이 특정인(이종필 라임 전 운용총괄대표)이 펀드를 독단으로 운용하면서 다수의 불건전 영업행위가 발생했다고 했다. 특정 펀드의 손실 발생을 회피하기 위해 다른 펀드 자금을 활용해 수차례 부실자산을 인수했고, 일부 임직원은 직무상 얻은 정보를 이용해 라임 임직원 전용 펀드 등을 통해 거액의 부당 이득을 취득하기도 했다.

대표 모펀드인 '플루토 TF-1호'의 경우 라임과 신한금융투자가 부실 발생을 알고도 정상 운용 중인 것처럼 오인하도록 해 지속적으로 판매한 혐의를 확인됐다. 부실 은폐 및 사기 혐의에 해당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정 펀드의 이익을 해하면서 다른 펀드의 이익 도모를 금지하는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확인됐다"면서 "투자자를 기망해 부당하게 판매하거나 운용보수 등의 이익을 취득한 특경법상 사기에도 해당된다"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라임이 적법·공정한 절차를 통해 펀드 투자자를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환매 계획을 수립하도록 유도하고, 라임과 시장 이해관계자들이 환매․관리계획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사모펀드 시장 참여자별 보완 필요사항.
사모펀드 시장 참여자별 보완 필요사항.
◆사모펀드 '내부통제 장치' 마련…투자자 보호장치 강화

금융위는 라임사태 등과 관련해 '무늬만 사모펀드'를 원천 차단키로 했다. 사실상 공모펀드를 형식상 사모펀드로 판매하는 걸 막아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모험자본 공급 등 사모펀드 본연의 순기능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면서도 제도적 미비사항, 일부 취약한 운용구조 보완을 위한 '최소한의 규율체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운용사는 위험 식별·관리를 위한 내부통제 장치를 마련하고 자산 가치를 운용사 임의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판매사는 판매 이후에도 사모펀드가 규약·투자설명자료 등에 부합하게 운용되는지 점검할 책임을 갖고, 수탁기관은 운용사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한 감시를 해야 한다.

투자자의 상환·환매 요구에 대한 대응이 어려워 유동성 문제를 야기하는 만기 불일치 구조 역시 개선한다. 비유동성 자산 투자비중이 50% 이상인 경우에는 개방형 펀드 설정을 금지키로 했다. 개방형 펀드에 대한 주기적 유동성 점검도 의무화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환매중단 등 유동성 문제 발생 시 빠른 현황 파악이 가능하도록 감독당국에 대한 보고 의무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당장은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은 펀드 등을 우선적으로 집중 검사하고, 부실 운용사를 적극 퇴출할 수 있는 등록말소 제도 도입도 준비할 방침"이라 말했다.

윤진우/이송렬/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